티스토리 뷰
목차
덴마크 다이어트로 16kg를 뺐다가 두 달도 안 돼서 원점으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체중계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드는 그 황당함, 저도 압니다. 고도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의지 탓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먼저 알게 됐고, 그 후에야 이유를 제대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요요 현상,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 황제 다이어트. 저도 이름 있는 다이어트는 거의 다 돌아봤습니다. 그때마다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효과가 센 건 너무 힘들어서 못 버티고, 버틸 만한 건 효과가 없다는 것. 결국 몇 달을 참다가 포기하면 체중은 빠진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아오더라고요.
요요 현상(yo-yo effect)이란 체중을 줄인 뒤 식사를 재개했을 때 체중이 감량 전 수준 이상으로 되돌아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뇌가 굶주림을 기억하고 지방을 더 적극적으로 쌓으려는 생존 반응입니다. 이게 반복되면 학습 효과가 생깁니다. '어차피 빼봤자 더 찐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아버리는 거죠. 그러면 다이어트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이건 나약한 게 아니라 극히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도비만을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복합적 만성 질환으로 분류합니다(출처: WHO). 비만의 핵심은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있습니다. 시상하부란 뇌에서 식욕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중추로, 이 부위의 조절 시스템이 무너지면 의지와 상관없이 과식이 유발됩니다. 참고 싶어도 참을 수 없는 생물학적 이유가 생기는 겁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봤는데, 저탄고지 다이어트로 9kg 감량 후 정체기가 왔을 때 더 이상 줄일 게 없었습니다. 샐러드를 억지로 먹고, 콜라와 주스를 끊고, 아이스크림도 안 먹었는데도 체중계 바늘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건 더 참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구나.
- 요요 현상은 뇌의 생존 반응이지 의지력 부족이 아닙니다
- 고도비만 환자는 시상하부 조절 기능 이상으로 식욕 억제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 다이어트 반복 실패는 학습된 체념을 만들어 오히려 시도 자체를 막습니다
- WHO는 BMI 30 이상을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분류합니다
비만 치료제와 비만대사수술, 실제로 달랐던 점
위소매절제술(sleeve gastrectomy), 즉 비만대사수술은 위의 약 3분의 2를 절제해 용량을 줄이는 수술입니다. 단순히 적게 먹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식욕 자극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의 분비를 억제해 먹고 싶다는 욕구 자체를 줄여줍니다. 수술 후 6개월 만에 26kg가 빠지는 경험을 했고, 당화혈색소와 혈중 지질 수치도 함께 개선됐습니다. 그 효과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나자 빠진 체중의 절반이 서서히 돌아왔습니다. 위는 줄었는데 몸이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찾아가며 다시 적응한 겁니다. 스파게티 대신 리조또를, 기름진 것 대신 국밥을 택하게 되더라고요. 수술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수술을 두 번 받기는 훨씬 더 어렵고 위험합니다. 유착이 생겨 두 번째 수술은 난이도와 위험도가 모두 올라가거든요.
그 시점에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 기반의 비만 치료제를 접하게 됐습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란 위 배출 속도를 늦추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포만감을 일찍 느끼게 만드는 약물로, 마운자로(Mounjaro) 같은 제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콜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는데 체중이 서서히 빠졌습니다. 형벌처럼 느껴지던 절제 없이도 몸이 달라졌습니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과 비만대사수술을 병행하거나 순차적으로 적용했을 때 15% 이상의 체중 감량과 함께 혈압, 당화혈색소 등 주요 대사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는 결과가 보고됩니다(출처: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약물이나 수술이 초기 감량의 강력한 도구인 건 분명하지만, 장기적인 대사 건강 유지와 근손실 방지를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력 운동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약만 믿고 근육을 방치하면 체중이 줄어도 몸의 질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수면무호흡 같은 비만 합병증이 있다면 의학적 치료 대상에 해당합니다. 반면 해당 기준에 맞지 않는 분들이 단순히 날씬해지겠다는 이유로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의학 윤리적으로도, 안전 측면에서도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이 약이 나쁜 게 아니라, 원래 맞을 이유가 없는 분들에게 적응증이 없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운동을 열심히 하면 고도비만도 빠질 수 있지 않나요?
A. 운동은 심폐 지구력 향상과 대사 건강 개선에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고도비만 수준에서 운동만으로 체중을 대폭 줄이기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소모 칼로리보다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게 훨씬 빠른데, 고도비만 환자는 시상하부 기능 이상으로 식욕 조절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운동은 감량 후 유지와 근손실 방지를 위해 반드시 병행해야 할 수단입니다.
Q. 비만 치료제는 누구나 맞을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수면무호흡 같은 비만 관련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 의학적 적응증이 인정됩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분들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 측면에서도, 의학 윤리 측면에서도 권장되지 않습니다.
Q. 위소매절제술 후에도 살이 다시 찔 수 있나요?
A. 찔 수 있습니다. 수술로 위 용량을 줄여도 몸은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찾아 적응합니다. 실제로 수술 후 수년이 지나면 빠진 체중의 일부가 되돌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수술은 강력한 초기 감량 도구이지만, 이후 식습관 관리와 필요 시 약물 병행이 장기 유지에 중요합니다.
Q. 효소 음료나 지방 분해 보조제는 효과가 있나요?
A. 저도 한때 써봤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먹어서 살이 빠지는 건 과학적으로 근거가 매우 희박합니다. 일부 개인의 성공 사례가 있더라도,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방법은 유효한 치료법으로 볼 수 없습니다. 참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기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합니다.
결론
고도비만을 탈출하지 못한 게 의지가 없어서라는 말, 저는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시상하부 기능 이상으로 인한 식욕 조절 불가, 반복된 요요 현상으로 학습된 체념, 이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의학이 이 부분을 해결할 도구를 내놓기 시작했고, 비만대사수술과 GLP-1 수용체 작용제가 그 핵심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 도구들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감량이 시작된 후 근력 운동과 적절한 영양 섭취를 병행하지 않으면 체중 숫자만 줄고 몸의 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치료의 문을 열었다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챙기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담당 의사와 본인의 BMI·합병증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적합한 치료 방향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