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무더운 여름날 장시간 야외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어지럼증이 밀려온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공사 현장에서 6~7시간씩 땡볕을 맞으며 일하는 지인이 어느 날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여름이 얼마나 위험한 계절인지 실감했습니다. 뇌졸중은 겨울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탈수와 혈압 변동이 맞물리는 여름철에도 뇌혈관 사고는 조용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동맥경화와 탈수, 여름철 뇌졸중을 만드는 조합
뇌졸중은 이름 그대로 '졸지에 뇌 기능이 중단되는 질환'입니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터지는 뇌출혈로 크게 나뉘는데, 한국인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유형은 동맥경화성 뇌경색입니다. 동맥경화(arteriosclerosis)란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과 노폐물이 쌓이면서 혈관이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는 현상을 말합니다. 경동맥, 척추동맥, 중간 대뇌동맥 같은 굵은 혈관이 좁아지면 혈전이 쌓이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떨어져 나온 혈전 덩어리가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경색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여름은 왜 특별히 더 위험할까요?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말초 혈관을 확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설상가상으로 땀 배출이 늘어나면 탈수 상태가 되고, 혈액의 수분 함량이 떨어지면서 혈액 점도(blood viscosity)가 높아집니다. 혈액 점도가 높다는 것은 혈액이 끈적해진다는 뜻으로, 혈전이 형성되기 훨씬 쉬운 상태가 됩니다. 실제로 뇌졸중 환자의 혈액을 계절별로 분석한 연구에서 수축기·이완기 혈압 모두에서 여름철 혈액 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제가 직접 찾아본 임상 자료들을 보면, 37도가 넘는 날 7~8시간씩 오토바이를 타거나 야외에서 작업한 뒤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의 사례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증상을 단순 열사병이나 탈진으로 넘기지만, 저는 이 대목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뇌세포는 혈류가 차단되는 순간부터 초당 수만 개씩 죽어나가기 때문입니다.
혈압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름철에는 혈압 변동 폭이 커집니다. 뜨거운 야외에서 냉방이 강한 실내로 들어올 때처럼 온도차가 크면 혈관 탄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것이 뇌출혈의 위험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실내 온도를 20도에서 30도로 올렸을 때 노인들의 수축기 혈압이 10mmHg 이상 감소하며 변동하는 것을 확인한 실험도 있습니다.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면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에서 뇌혈류가 줄어들고, 그 자리에서 뇌경색이 터집니다. 혈압 수치 자체보다 혈압 변동이 더 위험하다는 점,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십니다.
- 동맥경화: 혈관 내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어 혈전이 쌓이기 쉬운 상태
- 탈수로 인한 혈액 점도 상승: 혈전 형성을 가속시키고 기존 혈전을 더 크게 만듦
- 여름철 혈압 변동: 실내외 온도차, 탈수와 회복의 반복으로 혈관 탄력 저하
- 뇌혈류 감소: 말초 혈관 확장으로 뇌로 가는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듦
골든타임 안에 움직여야 하는 이유, '이웃손발시선' 수칙
뇌졸중을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은 위험인자를 아는 것이고, 두 번째는 증상을 즉각 알아채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뇌졸중의 증상이 이렇게 다양할 줄 몰랐거든요. 한쪽 팔다리의 마비나 위약감, 발음이 갑자기 어둔해지는 경우, 한쪽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물체가 둘로 겹쳐 보이는 복시(diplopia), 극심한 어지럼증과 균형 감각 이상까지. 복시란 하나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현상으로, 뇌간이나 소뇌 손상 시 나타나는 대표적인 신호입니다.
대한뇌졸중학회가 만든 자가 진단 수칙 '이웃손발시선'을 저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주변에 아는 분들한테 물어보면 대부분 모릅니다. '이'는 이 하고 웃어봤을 때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가지 않으면 이상 신호, '웃'은 웃으며 팔을 앞으로 들었을 때 한쪽 팔이 처지면 이상 신호, '손'은 발음이 갑자기 어둔해졌는지 확인, '발'은 균형 감각에 이상이 없는지, '시선'은 시선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은지를 보는 겁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이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즉시 119를 부르거나 뇌졸중 센터로 이동해야 합니다.
골든타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혈전 용해제(tPA)의 투여 가능 시간은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 이내입니다. 혈전 용해제란 굳어있는 혈전을 녹여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약물입니다. 이 시간이 지났더라도 동맥 내 혈전 제거술(mechanical thrombectomy)로 최대 24시간까지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혈전 제거술이란 카테터를 혈관 안에 넣어 혈전을 직접 꺼내거나 스텐트에 혈전을 달라붙게 한 뒤 빼내는 시술입니다.
그런데 이 '24시간'이라는 숫자가 자칫 잘못 읽히면 위험합니다. 제 경우엔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그러면 좀 기다려도 되겠네'라는 생각이 스쳤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뇌세포는 혈류가 끊기는 그 순간부터 계속 죽어나갑니다. 24시간은 '그때까지 기다려도 되는 시간'이 아니라 '영상 검사에서 아직 살릴 수 있는 뇌조직이 남아있는 경우에 한해 최후 수단으로 시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뇌졸중에서 '시간이 곧 뇌(Time is Brain)'라는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뇌졸중의 주요 위험인자는 무엇이 있을까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흡연, 그리고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이 대표적입니다.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위쪽 방인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면서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부정맥으로, 혈액이 심방 안에 고여 혈전을 만들고 이것이 뇌로 날아가 뇌경색을 일으킵니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기에는 흡연과 비만이, 중년기에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75세 이상에서는 심방세동이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체중 1kg당 약 30cc의 생수를 꾸준히 마시고, 커피나 알코올처럼 이뇨 작용이 있는 음료는 수분 섭취 대용으로 쓰지 않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여름에도 뇌졸중이 많이 생기나요? 겨울 질환 아닌가요?
A.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틀린 상식입니다. 특히 동맥경화성 뇌경색은 여름철 탈수와 혈압 변동이 겹치면서 오히려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이 끈적해지고 혈전이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됩니다. 뇌졸중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Q. 뇌졸중 골든타임이 24시간까지라던데, 좀 기다려도 되는 건가요?
A.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혈전 제거술이 일부 환자에게 24시간까지 시도될 수 있는 건 특정 영상 조건을 만족한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뇌세포는 혈류가 끊기는 순간부터 계속 사멸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살릴 수 있는 뇌조직이 줄어듭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119를 먼저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Q. 이웃손발시선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A. 대한뇌졸중학회가 만든 자가 진단 수칙입니다. '이'는 이 하고 웃었을 때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가는지, '웃'은 팔을 들었을 때 한쪽이 처지는지, '손'은 발음이 갑자기 어둔해졌는지, '발'은 균형 감각 이상 여부, '시선'은 시선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지를 각각 확인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즉시 119를 부르십시오.
Q. 심방세동이 있으면 뇌졸중 위험이 정말 높아지나요?
A. 심방세동은 75세 이상에서 뇌졸중의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꼽힐 만큼 위험도가 높습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 혈액이 심방 안에 고이고, 이것이 굳으면서 혈전이 형성됩니다. 이 혈전이 뇌혈관으로 날아가면 일반 뇌경색보다 손상 범위가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정맥 진단을 받으셨다면 반드시 항응고 치료 여부를 주치의와 상의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여름에 수분은 어떻게 챙겨야 하나요?
A. 체중 1kg당 약 30cc를 기준으로 하면, 70kg 성인의 경우 하루 약 2,000~2,500cc가 필요합니다. 커피나 알코올은 이뇨 작용이 있어 오히려 탈수를 악화시키고, 탄산음료나 당분이 많은 음료는 수분 흡수를 더디게 만듭니다. 생수가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경우 이온 음료도 보충 방법으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결론
제가 이 주제를 찾아보면서 가장 크게 바뀐 인식은, 뇌졸중이 노인 혹은 겨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폭염 속에서 장시간 일하거나 운동한 뒤 찾아오는 어지럼증, 갑작스러운 시야 이상, 한쪽 팔다리의 힘 빠짐은 뇌혈관이 보내는 긴급 신호일 수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심방세동 같은 기저 질환이 있다면 여름철에는 특히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웃손발시선' 수칙 하나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분 관리는 더위를 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뇌혈관을 지키는 의료적 행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나서 주변 고위험군 가족에게 이웃손발시선 수칙을 한 번쯤 공유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