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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꾸준히 하고 식단도 관리했는데, 왜 콜레스테롤 수치는 그대로일까요? 가족 중에 뇌졸중 환자가 있는 분이라면 이 질문이 남 얘기가 아닐 겁니다. 저도 처음엔 생활 습관만 잘 지키면 된다고 믿었는데, 실제로 수치를 들여다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뇌혈관 가족력이 있다면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 정상 범위만 보면 안 되는 이유
LDL 콜레스테롤 130mg/dL 미만이면 안심이라고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가족력이 없는 일반인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LDL 콜레스테롤이란 저밀도 지단백(Low-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을 말합니다. 입자가 작아서 혈관 벽 사이를 파고들어 염증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반을 형성하는, 혈관 건강의 핵심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혈관 벽에 찌꺼기처럼 쌓이는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보면 됩니다.
직계가족 중에 조기 심뇌혈관 질환자가 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글로벌 심장학회 가이드라인(출처: 유럽심장학회 ESC)에 따르면 이 경우 초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LDL 수치를 70mg/dL 미만, 더 나아가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권고됩니다. 일반 정상 기준의 절반 수준입니다.
실제로 한 임상 사례를 보면 변호사 박상호 씨는 고지혈증 약을 2년째 복용 중임에도 LDL이 131mg/dL였습니다. 가족력 없는 사람 기준으로는 "정상 근처"처럼 보이지만, 뇌출혈로 세상을 먼저 떠난 세 큰아버지와 뇌경색을 앓은 아버지까지 있는 그의 가족력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여전히 위험 신호입니다. 담당 교수가 "70mg/dL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라고 처방을 강화한 것은 교과서적으로 옳은 판단이었습니다.
- 일반인 LDL 목표: 130mg/dL 미만
- 뇌혈관 가족력 보유자(고위험군) LDL 목표: 70mg/dL 미만
- 심근경색·뇌졸중 병력 등 초고위험군 LDL 목표: 55mg/dL 미만
-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일반 정상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됨
동맥경화는 증상 없이 진행된다
체육 교사인 동생 박상권 씨는 꾸준히 운동하고 학교 급식으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했습니다. 스스로도 "건강에 특별히 문제없다"고 자신했습니다. 저도 그 자신감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실제로 그 정도 관리면 대부분의 사람은 괜찮으니까요.
그런데 경동맥 초음파 결과는 달랐습니다. 왼쪽, 오른쪽 경동맥 모두에서 동맥경화반이 관찰됐습니다. 동맥경화반이란 콜레스테롤과 칼슘이 혈관 벽에 쌓여 만들어진 딱딱한 덩어리입니다. 혈관이 좁아지고 굳어지면서 언제든 혈전을 만들거나 파열될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것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이 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아도, 혈압이 높아도, 혈관이 좁아지고 있어도 증상이 없습니다.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이것이 뇌혈관 질환이 무서운 이유입니다.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눈앞이 하얗게 되는 것을 혹시 뇌혈관이 터지는 거 아닌가 걱정한 박상호 씨처럼, 실제로 느껴지는 불편은 이미 한참 진행된 이후입니다.
저는 경동맥 초음파를 단순한 선택 검사로 보는 시각이 아직도 있다는 게 아쉽습니다. 뇌혈관 가족력이 있거나 LDL이 높다면 경동맥 초음파는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입니다.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통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출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도 심뇌혈관 질환의 선행 지표로 경동맥 두께 및 동맥경화 여부 확인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조기검진과 약물, 둘 다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
2주간의 식단 관리와 운동 후, 형 박상호 씨의 LDL은 131에서 104로 약 27mg/dL 떨어졌습니다. 약 복용과 생활 습관 개선을 동시에 진행한 결과입니다. 반면 약 없이 생활 습관만 바꾼 동생 박상권 씨의 LDL은 157에서 154로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 결과가 "운동이 소용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 합성이 강한 체질에서는 식이 요법과 운동만으로 LDL을 목표 수치까지 낮추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스타틴이란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는 경로를 직접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여기서 스타틴(statin)이란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해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줄이고, 혈관 벽의 동맥경화반을 안정화시켜 파열 위험을 낮추는 계열의 약물을 말합니다.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 혈관 자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약을 평생 먹으면 몸에 나쁘지 않나요?"라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제 경험상 이 질문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는 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런데 담당 교수의 말처럼 콜레스테롤 약은 혈관 합병증을 막아주는 예방약입니다. 내성도 없고, 끊으면 다시 수치가 오릅니다. 가족 중에 뇌출혈로 7년을 식물인간으로 누워 계신 분이 있다면, 그 전철을 막아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도구가 스타틴입니다.
후성유전학적 나이 측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후성유전학 검사란 유전자 서열 자체가 아닌, 유전자 발현 패턴이 실제 나이 대비 얼마나 노화되었는지를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박상호 씨의 대사질환 유전학적 나이는 실제보다 다섯 살이나 많게 나왔습니다. 이런 검사가 환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훌륭한 도구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경동맥 초음파처럼 이미 혈관 변형이 시작됐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영상학적 정밀 검사가 임상에서는 더 먼저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유전적 가능성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혈관이 어떤 상태인지를 아는 것이 행동을 바꾸는 데 훨씬 직접적인 동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 중 한 분만 뇌혈관 질환이 있어도 가족력으로 봐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가족력은 3대에 걸쳐 직계가족 2명 이상에게 같은 질환이 있을 때 적용됩니다. 하지만 부모 중 한 분이라도 60세 이전에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겪으셨다면 조기 발병 가족력으로 분류되어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LDL 목표 수치와 검진 주기를 일반인 기준으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Q. 고지혈증 약은 한번 먹으면 끊을 수 없다던데 사실인가요?
A. 내성이 생겨서 끊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복용을 중단하면 합성이 다시 활발해져 수치가 올라갑니다. 혈관 합병증을 막는 예방약으로 이해하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약을 끊으면 나빠진다는 것은 약이 나쁜 게 아니라, 그만큼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Q.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도 LDL이 안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 합성 능력이 강한 경우 식이 요법과 운동만으로는 LDL을 목표 수치까지 낮추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체육 교사처럼 규칙적으로 운동해도 2주 간의 집중 관리 후 LDL이 157에서 154로 거의 변화가 없었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생활 습관을 성실히 유지하면서도 수치가 목표에 미달한다면 약물 치료 병행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경동맥 초음파는 언제,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 뇌혈관 가족력이 있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40대 이후부터는 1~2년에 한 번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동맥경화반이 이미 발견된 경우에는 더 짧은 주기로 변화를 추적해야 합니다.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본인이 직접 요청하거나 추가 검사로 진행해야 합니다.
결론
뇌혈관 가족력은 단순한 위험 신호가 아닙니다. 두 형제 모두에서 이미 동맥경화반이 확인된 것처럼, 생활 습관과 무관하게 혈관 변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수치로 확인하고 나서야 저도 관리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는 중요하지만, 그 전에 지금 내 혈관이 어떤 상태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뇌혈관 가족력이 있다면 세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LDL 목표 수치를 가족력 기준으로 재설정하고, 경동맥 초음파로 혈관 상태를 직접 확인하며, 식단과 운동만으로 수치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스타틴 계열 약물 치료를 주저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족력의 고리는 포기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꾸준한 관리로 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