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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콜레스테롤이 좀 높네요, 약 드셔야겠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 있으신가요. 저도 30대 후반에 딱 그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때 아무 의심 없이 약을 처방받아 나오면서 든 생각이 '이제 아버지처럼 되는 건가'였는데, 한참 지나서야 제가 완전히 잘못된 방향을 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아진 게 유전이 아니라 바뀐 생활 습관 때문이었고, 약은 그 결과를 잠시 누르는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이 사실 같은 병인 이유
제가 직접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가장 충격이었던 건 혈압, 혈당, 고지혈증, 지방간이 각각 별개의 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순환기내과, 내분비내과, 소화기내과로 따로따로 나뉘어 치료를 받아왔지만, 이 모든 것이 사실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 열매들이었습니다. 그 뿌리가 바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의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혈당을 낮추려고 인슐린이 열심히 일하는데 세포가 문을 잠가버린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느냐. 저는 제 경험을 돌아봤을 때 답이 명확했습니다. 보직이 바뀌면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었고, 야근 후 편의점 삼각김밥과 당 음료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신체 활동량은 급격히 떨어졌는데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의 섭취는 오히려 늘었던 겁니다. 초가공식품이란 식품 원래의 형태에서 벗어나 공장에서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치며 액상과당, 정제 식물성 기름,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제품을 말합니다. 과자, 인스턴트 면, 단맛 나는 요거트, 과일향 음료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성분이 과당(Fructose)과 정제 식물성 기름입니다. 과당이란 과일이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해 가공식품에 대량으로 넣는 단순당의 일종으로, 간에서만 대사되기 때문에 과잉 섭취 시 곧바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하버드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제 탄수화물과 가공육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수십 퍼센트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제가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면 "올 게 왔나 보다" 하고 스타틴 계열 약을 처방받아 먹고 기존 생활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그러면 약을 먹는 동안 수치가 눌려 있을 뿐, 뿌리인 인슐린 저항성은 그대로이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약의 가짓수만 늘어납니다. 이건 치료가 아니라 관리입니다. 치료란 왜 이렇게 됐는지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끊어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 끊어야 할 1순위: 설탕·액상과당이 들어간 모든 음료와 과자류
- 끊어야 할 2순위: 정제 식물성 기름으로 고온 조리한 외식 튀김류
- 끊어야 할 3순위: 건강식으로 포장된 당 첨가 두유·과일향 우유·가당 요거트
- 당화혈색소(HbA1c) 목표치: 5.6 미만 — 이 수치는 지난 2~3개월 평균 혈당을 반영합니다
밥이 주식이라는 생각을 뒤집어야 하는 이유
솔직히 이건 저도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밥이 주식이고 반찬이 부식인 구조는 그냥 당연한 밥상의 순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식단을 바꿔보고 나서 느낀 건, 밥의 양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라 단백질 음식을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2025년 1월 미국 농무부(USDA)와 보건복지부(HHS)가 공동으로 발표한 새 식사 지침은 이전 5년 주기 자료와 비교해 꽤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였는데, 첫째로 가공식품을 피하고 진짜 음식을 먹을 것, 둘째로 첨가당(Added Sugar)에 대한 경고를 전례 없이 강화한 것입니다. 여기서 첨가당이란 식품 제조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넣은 설탕, 시럽, 꿀 등을 통틀어 말하며, 이번 지침에서는 4세 미만 아이에게는 아예 첨가당을 주지 말라고 명시했습니다(출처: DietaryGuidelines.gov). 기존 지침이 탄수화물을 피라미드 가장 아래 베이스에 놓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역삼각형 구조로 육류·버터·치즈가 눈에 보이는 윗자리를 차지하고 통곡물이 꼭짓점으로 내려갔습니다.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이걸 제 식탁에 적용하고 나서 달라진 게 있었습니다. 외식할 때 '오늘 뭐 먹지'가 아니라 '오늘 단백질은 뭘로 하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생선구이 정식, 순두부찌개, 수육 같은 메뉴가 자연스럽게 후보 1순위가 되더군요. 집에서 요리할 때도 달걀, 두부, 연어 중 하나를 주재료로 정하고 거기에 채소 반찬을 맞추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확인한 게 또 하나 있는데, 영양소 비율로만 식단을 판단하는 건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탄수화물 몇 퍼센트, 지방 몇 퍼센트의 수치는 공장에서 나온 초가공식품도 얼마든지 맞출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만든 단백질 바와 달걀 한 알이 탄단지 비율이 같더라도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완전히 다릅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초가공식품을 4주간 전면 중단하고 달걀·두부·생선 중심의 식단을 적용했을 때 중성지방 수치와 당화혈색소(HbA1c)가 약물 없이도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제 경험상 이 접근이 특별한 이유는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보충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래 길들여진 맛의 습관을 하루아침에 끊으면 심리적 저항과 요요가 옵니다. 저도 처음에 단번에 바꾸려다 3일을 못 버텼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구매 빈도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했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부터 바꾸는 환경 통제 방식이 훨씬 오래 지속됐습니다. 행동의학적으로도 식습관 변화는 의지력보다 환경 설계가 훨씬 강력하다는 게 일관된 연구 결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고비나 젭바운드 같은 비만 치료제 맞으면 식단 안 바꿔도 되지 않나요?
A. 비만 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일시적으로 줄여주지만, 지방간의 원인인 과당 섭취나 인슐린 저항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술로 인한 지방간을 술을 끊지 않고 치료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주사를 맞으면서 빵과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먹는다면 대사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Q.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없으면 지금 식단을 유지해도 되는 건가요?
A. 건강검진은 이미 문제가 생겼을 때 경고 신호를 주는 도구입니다. 이상 소견이 없다는 건 현재 수치가 기준치 안에 있다는 의미일 뿐, 뿌리가 건강하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수치에 이상이 생기기 전부터 식탁을 바꾸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이미 수치가 올라간 다음에는 되돌리는 데 배의 시간이 걸립니다.
Q. 정제 탄수화물을 갑자기 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단번에 끊으려 하면 심리적 저항이 심하고 결국 더 크게 폭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가공식품의 구매 빈도를 줄이고 집 안의 초가공식품 재고부터 소진하지 않는 방식으로 환경을 먼저 바꾸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의지력에만 기대는 것보다 냉장고와 식탁 주변 환경을 통제하는 행동의학적 접근이 장기적으로 훨씬 지속됩니다.
Q. 외식하면서도 단백질 중심 식사를 유지할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메뉴를 고를 때 '오늘 단백질은 뭘로 할까'를 먼저 생각하면 됩니다. 생선구이 정식, 순두부찌개, 수육, 된장찌개에 두부 추가 같은 선택이 자연스럽게 됩니다. 정제 식물성 기름으로 고온 조리한 튀김류는 가급적 피하고, 밥의 양을 반 공기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초반에는 충분한 변화입니다.
결론
결국 제가 가장 크게 바꾼 건 음식이 아니라 질문이었습니다. '뭘 먹어야 하지'에서 '뭘 끊어야 하지'로, '이 약이 효과 있을까'에서 '왜 이렇게 됐지'로요. 뱃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은 각각의 문제가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하나의 신호이고, 그 신호에 약으로만 답하는 건 화재경보기를 끄고 잠드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당장 식단을 완벽하게 바꾸기 어렵다면, 오늘 냉장고에 있는 가당 음료 한 가지만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밥상을 뒤집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라 그렇게 작은 선택 하나가 쌓이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