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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대장내시경에서 "깨끗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사례, 단순히 운이 나빴던 걸까요?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기는 데는 SSL, 즉 무경성 톱니 모양 병변이라는 특수한 용종이 깊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평범한 선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암이 된다는 사실, 그리고 숙련된 전문의조차 쉽게 놓칠 수 있다는 현실이 꽤 충격적이었거든요.

SSL이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
대장내시경을 받고 나서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를 받으면 대부분 안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던 걸까요? 저도 이 부분을 파고들다가 SSL이라는 존재를 알게 됐고, 그 이후로 대장내시경 결과를 전과 같이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SSL(Sessile Serrated Lesion)은 우리말로 무경성 톱니 모양 병변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무경성'이란 줄기 없이 납작하게 점막에 달라붙어 있다는 뜻입니다. 버섯처럼 도드라지게 솟아 있는 일반 선종과 달리, SSL은 주변 점막과 거의 비슷한 황색조를 띠며 표면에 점액질이 얇게 덮여 있습니다. 내시경 화면에서 멀리서 보면 정상 점막과 구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주로 오른쪽 대장, 즉 우측 결장에서 발생하는데, 이 부위는 주름이 깊고 분변이 묻어 있기 쉬워 병변이 더욱 교묘하게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협대역 화상 기술(NBI)이나 색소를 도포하는 발색 내시경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협대역 화상 기술이란 점막의 미세 혈관 패턴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특수 조명 방식으로, 일반 백색광 내시경으로는 놓치기 쉬운 병변을 찾아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보조 기술의 유무가 SSL 발견율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봅니다.
- 납작하고 주변 점막과 색이 유사해 육안 식별이 어려움
- 표면에 점액질이 덮여 있어 경계가 불분명
- 주름이 깊은 우측 대장에 주로 발생
- 일반 백색광 내시경만으로는 발견율이 크게 떨어짐
일반 선종과 다른 SSL의 암 진행 경로
그렇다면 SSL이 특별히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찾기 어렵다는 것 외에도, 암으로 진행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이 차이를 처음 제대로 이해했을 때 저는 왜 5년 주기 검진이 SSL 앞에서는 무력할 수 있는지 비로소 납득이 됐습니다.
일반적인 선종은 APC 유전자 변이를 통해 서서히 대장암으로 진행합니다. APC 유전자란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로, 이것이 손상되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증식 하게 됩니다. 이 경로는 통상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5~10년 주기의 정기 검진으로 충분히 감시가 가능합니다.
반면 SSL은 완전히 다른 경로를 밟습니다. 비정상적인 메틸화(DNA의 특정 부위가 화학적으로 변형되어 유전자 기능이 꺼지는 현상)와 BRAF 유전자 돌연변이를 동반한 미세위성체 불안정성(MSI) 경로를 통해 암으로 진행합니다. 쉽게 말해 세포의 '자기 수정' 기능 자체가 망가지는 방식입니다. 이 경로에서는 세포 이형성이 한번 생기면 일반 선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악성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이전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진단받은 환자가 불과 2~3년 만에 진행성 대장암으로 내원하는 이른바 중간암 사례의 상당수가 바로 이 SSL을 놓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대장암의 약 10~20%가 SSL을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출처: WHO 소화기 종양 분류 지침).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일반 선종과 SSL을 명확히 분리하여 별도의 병변으로 분류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위험성을 의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신호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SSL의 암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이 검진 주기를 개인화해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점막하 박리술로 SSL을 제거하는 과정
SSL이 발견됐다면 어떻게 치료할까요? 납작하게 퍼져 있는 형태 때문에 일반 올가미로는 제거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일반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치료 과정을 직접 찾아보기 전까지는 그냥 잘라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시술이었습니다.
SSL 제거에는 점막하 박리술(ESD, 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이 사용됩니다. 점막하 박리술이란 용종 바로 밑의 점막 하층에 특수 용액을 주입해 쿠션처럼 부풀린 뒤, 내시경 칼로 병변을 포를 뜨듯 통째로 도려내는 방법입니다. 일반 용종 절제술에서 쓰이는 올가미 방식으로는 바닥에 납작하게 붙은 SSL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술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점막 하층에 약물을 주입해 병변이 있는 점막을 근육층으로부터 안전하게 띄워 올립니다. 그 다음 끝이 갈고리 모양인 훅 나이프를 이용해 경계를 따라 정교하게 절개합니다. 칼끝이 근육층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장 천공이나 출혈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제거된 조직은 병리과로 보내져 현미경 검사를 통해 진짜 SSL인지, 혹시 이미 이형성이 생긴 상태인지를 다시 한번 정밀 분석하게 됩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샘 상피 세포들이 톱니바퀴처럼 들쭉날쭉하게 증식한 모습이 특징적으로 관찰됩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이 시술은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와 병리 전문의의 협업 없이는 완성도 있게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병변을 발견하는 것과, 완전 절제 후 정확한 병리 진단을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대장내시경 검진,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할까
45세가 지나면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45세 이전에는 정말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그리고 한 번 깨끗하다는 결과를 받으면 5년 뒤까지 느긋하게 있어도 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국내 국가암 검진 사업에서는 분변 잠혈 검사 후 이상 소견이 있을 때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8년부터는 4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자체를 대장암 검진 항목에 직접 포함하는 것으로 발표된 상태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짚고 싶습니다. 검사 건수를 늘리는 것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SSL처럼 발견이 어려운 병변이 존재하는 한, 의료진의 SSL 판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교한 진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검사 건수가 늘어도 실질적인 대장암 사망률 감소 효과는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2028년 제도 도입을 앞두고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또 한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검진 주기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전 검사에서 발견된 용종의 크기, 개수, 그리고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추적 관찰 주기는 개별화되어야 합니다. SSL이 발견된 적 있거나 우측 대장에 납작한 병변이 의심됐던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5~10년 주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45세 이전이라도 혈변, 지속적인 복통, 가족력이 있다면 미루지 않고 검사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SSL 용종이 발견됐는데 꼭 바로 제거해야 하나요?
A. SSL은 일반 증식성 용종과 달리 이형성이 생기면 비교적 빠르게 암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크거나 납작하게 넓게 퍼진 형태라면 지체 없이 점막하 박리술 등 적절한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발견 즉시 담당 전문의와 치료 계획을 상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5년 전 대장내시경에서 이상 없다고 했는데 대장암이 생길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바로 이것이 SSL 문제의 핵심입니다. SSL은 육안으로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전 검사에서 놓쳤을 가능성이 있고, 발견 후에도 일반 선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암화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중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우측 대장의 SSL입니다.
Q. SSL은 어떤 증상이 있나요?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SSL 자체는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없습니다. 복통이나 소화불량이 있어도 단순 소화기 증상과 구분이 어렵습니다. 결국 증상이 없어도 정기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SSL을 조기에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협대역 화상 기술(NBI)이나 발색 내시경을 활용하는 숙련된 기관에서 검사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 SSL 제거 후 재발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
A. SSL을 완전히 절제했더라도 같은 대장의 다른 부위에 추가 병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제거 후에도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라 더 짧은 주기로 추적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조직 검사 결과에서 이형성 여부가 확인된 경우라면 특히 더 면밀한 추적이 필요합니다.
결론
SSL이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 위험성은 결코 생소하지 않습니다. 깨끗하다는 검사 결과를 믿고 수년을 지내다가 대장암 진단을 받은 사례들, 그 이면에 이 납작하고 조용한 병변이 있었다는 사실은 정기 검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제가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받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협대역 화상 기술 등 정밀 기법을 갖춘 숙련된 기관에서 검사를 받는 것, 그리고 과거에 어떤 용종이 발견됐는지에 따라 다음 검진 주기를 개별적으로 조정하는 것. 이 두 가지가 SSL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받지 않으셨다면, 오늘 바로 예약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