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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전날 장 정결제를 들이켜면서 '이걸 꼭 해야 하나' 싶었던 적이 있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귀찮고 두려워서 몇 년을 미루다가 결국 받은 대장 내시경에서 미세 선종이 발견됐습니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장 용종이 어떻게 암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왜 무증상일 때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용종 발견, 그냥 넘겨도 될까요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용종이 하나 나왔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십니까?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별것 아니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찾아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용종이란 대장 내부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돌출되어 혹처럼 자라난 병변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용종 중 일부가 선종(adenoma)이라는 점입니다. 선종이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전암성 병변으로, 쉽게 말해 암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조직입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장암의 약 80% 이상이 이 선종성 용종에서 출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속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0.5cm짜리 선종이 1cm로 자라는 데 약 2~3년, 그 1cm 선종이 암으로 진행하는 데 다시 2~5년이 걸립니다. 결국 용종 발생 후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사이에 암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검사를 더 미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등이 서늘합니다.
5mm 이하의 작은 용종도 발견되면 집게 같은 도구로 바로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잘라낸 조직은 조직 검사를 통해 선종 여부를 확인하게 됩니다. 크기가 작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용종 제거 후 추적 관찰 주기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 용종이 1개이고 크기가 1cm 미만인 경우: 5년 후 재검사
- 용종이 3개 이상이거나 1cm 이상 선종이 하나라도 있는 경우: 3년 후 재검사
- 고도 이형성증 또는 융모성 소견이 있는 경우: 3년 후 재검사
- 가족력이 있거나 용종 절제 이력이 있는 경우: 기본 권고 주기보다 단축된 3년 단위 검진 권유
제 경험상 이 주기를 의사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검사 후 멍한 상태에서 퇴원하다 보면 이 부분을 그냥 넘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거치상 용종과 대장암 예방, 무엇이 핵심인가요
용종이라고 다 같은 용종이 아니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이 부분을 알고 나서 꽤 놀랐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장암은 선종에서 암종으로 진행하는 경로를 따른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 경로가 전체 대장암의 약 70%를 설명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나머지 20~30%는 바로 거치상 용종(serrated polyp)이라는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 발생합니다.
거치상 용종이란 조직 표면이 톱니 모양으로 들쑥날쑥한 형태를 띠는 병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일반 선종처럼 둥글게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점막 표면에 납작하게 붙어 있어 내시경으로 발견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게다가 표면에 투명한 점액이 덮여 있어 놓치기가 더욱 쉽습니다. 이 때문에 장 정결이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5mm 미만의 거치상 병변은 사실상 관찰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가 검사 전날 밤새 정결제를 꼬박 다 마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장 정결 상태를 완벽히 유지한 덕분에 숨어 있던 미세 병변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었고, 담당 의사도 "장 상태가 깨끗해서 꼼꼼히 볼 수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정결이 불량하면 아무리 좋은 장비를 써도 한계가 있습니다.
거치상 용종은 크기가 납작한 만큼 제거 방법도 다릅니다. 단순히 집게로 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용종 아래 조직에 약물을 주입해 부풀린 다음 올가미나 전기 나이프로 잘라내는 점막절제술(EMR, Endoscopic Mucosal Resection)이 사용됩니다. 점막절제술이란 용종이 주변 조직과 함께 완전히 절제되도록 내시경 기구를 이용해 점막층 단위로 제거하는 시술을 말합니다. 출혈이나 천공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잔존 병변을 남기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장암 예방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대장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고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을 최대 9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90%라는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대장암은 다른 암과 달리 예방이 실제로 가능한 암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장암의 전조 증상으로 알려진 혈변, 변비, 체중 감소 같은 증상들은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나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 증상이 없다는 것이 괜찮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사람들이 검사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프지 않으니까 나중에 해도 되겠지, 라는 생각이 결국 화를 키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장 내시경은 몇 살부터 받아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특별한 가족력이 없다면 만 50세부터 정기 검진을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직계 가족 중 대장암 또는 용종 병력이 있다면 40세 이전부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처럼 아무 증상이 없어도 나이가 됐다면 서두르는 것이 맞습니다.
Q. 용종을 제거했는데도 또 생길 수 있나요?
A.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용종을 한 번 제거했다고 해서 다시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용종이 여러 개였거나 크기가 1cm 이상이었다면 재발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3년 단위의 추적 관찰을 빠짐없이 받아야 합니다.
Q. 거치상 용종은 일반 선종보다 더 위험한가요?
A. 위험도가 더 높다기보다는 발견이 어렵고 암으로의 진행 경로가 다르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납작한 형태와 점액 때문에 일반 선종보다 내시경으로 놓치기 쉬우므로, 장 정결을 완벽히 하고 경험 많은 의사에게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장암 4기라도 완치가 가능한가요?
A. 4기라고 해서 무조건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라도 수술로 절제가 가능하다면 완치를 목표로 치료할 수 있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먼저 진행해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여러 과의 전문의가 함께 최선의 치료 방향을 논의한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결론
장 정결제가 힘들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검사를 미루는 마음은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불편함은 하루이틀이면 끝나지만, 놓친 용종이 암이 되는 데는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대장암은 초기에 아무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고, 그래서 더 정기 검진이 필요합니다. 50세가 됐다면 지금 바로 검진 일정을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