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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등이 뻐근한 걸 오랫동안 근육통으로 여겼습니다. 신장암 3기 진단을 받은 건 바로 그 '별것 아닌 것 같던'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일이었습니다. 의사라면 으레 '암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막상 내가 당사자가 되니 그 무덤덤함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조기발견: 등 뻐근함을 근육통으로 넘긴 대가
제가 처음 병원을 찾았던 이유는 전날 술을 마신 뒤 등이 묘하게 뻐근했기 때문입니다. 담도 문제 거나 잠을 잘못 잔 탓이라고 짐작했는데, 초음파를 보니 오른쪽 신장에 손톱만 한 혹이 있었습니다. 의사로서 보자마자 '이건 악성 종양이구나' 싶었지만, 정작 내 몸에 생겼다는 사실은 머릿속에서 좀처럼 실감되지 않았습니다.
신장암은 '침묵의 암'이라 불릴 만큼 초기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의학적으로 측복부 통증·혈뇨·복부 종괴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3대 증상'이 한꺼번에 발현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0% 미만에 불과합니다(출처: 국립암정보센터). 그러니 통증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제 경우 종양 크기는 약 2cm로 크기만 따지면 1기 수준이었지만, 위치가 신우(腎盂)에 인접해 있어 3기로 분류됐습니다. 신우란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요관으로 빠져나가는 깔때기 모양의 구조물로, 여기를 종양이 침범하면 병기가 한 단계 이상 높아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등이나 옆구리 통증은 신장 문제보다 단순 근육통이나 척추 질환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중요한 건 '통증의 성격'입니다. 평소와 다르게 지속되거나 양상이 달라진다면 반드시 비뇨의학과에서 초음파로 신장·간·담도·췌장을 한 번에 확인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1년 전에 초음파 한 번만 찍어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습니다.
- 지속되거나 양상이 변하는 등·옆구리 통증은 신장 이상 신호일 수 있습니다
- 혈뇨가 동반된다면 즉시 비뇨의학과를 방문해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발견 당시 병기가 높더라도 완치율 수치에 곧장 절망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신 치료법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식단관리: "먹을 게 없다"는 말은 과장이었습니다
진단 전까지 저는 불규칙한 야간 식사, 과음, 운동 부족을 반복했습니다. 요리를 좋아해 파티 음식을 자주 만들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식탁에는 고나트륨·고지방·고당도 음식이 빠지는 날이 없었습니다. 수술 후 처음으로 제 식습관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이건 암세포가 선호하는 환경을 제 손으로 만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신장암 발병 위험 인자로 임상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항목은 비만, 고혈압, 흡연, 과음, 그리고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입니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도정 과정에서 식이섬유·미네랄이 제거된 흰쌀밥·흰 밀가루 같은 식품을 말하며, 혈당을 빠르게 올려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합니다. 저는 지금 밥에 잡곡을 섞어 솥밥 형식으로 먹고, 배달 음식 대신 직접 도시락을 싸서 병원에서 먹습니다. 이게 귀찮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제가 직접 해봤더니 양념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생각보다 훨씬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수술 후 신장 기능 유지를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과 eGFR(사구체여과율) 수치에 맞춘 칼륨·나트륨 제한이 중요합니다. eGFR이란 신장이 1분 동안 혈액을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단백질과 칼륨 섭취를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합니다(출처: National Kidney Foundation). 닭가슴살이나 오징어처럼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를 삶거나 데쳐서 먹는 방식이 현장에서도 권장됩니다. 오징어는 감칠맛까지 있어 양념을 줄여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특정 음식을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과하지 않게, 다양하게'가 훨씬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제철 식재료를 복잡하지 않은 방법으로 조리하고, 스스로 만든 음식이라는 사실 자체가 몸을 귀하게 여기는 습관의 출발점이 됩니다.
마음가짐: 담대하라 말하지만, 저도 아직 불안합니다
수술실로 이송되던 엘리베이터 천장의 반투명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비로소 '아, 내가 환자구나'를 실감했습니다. 30년 넘게 병원에 있었지만 그 각도에서 저 자신을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 이질감, 역할이 바뀐 어색함 — 이건 당해보지 않으면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내는 2015년 오른쪽 다리 육종암 진단을 받고 10년 추적 관찰 끝에 2025년 1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부부가 모두 암 환자였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저희가 서로 선택한 방식은 '걱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가 되는 말을 먼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감정을 억압한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면역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둘 다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담대하게 받아들이라"고 수없이 말해왔는데, 정작 저도 두 달 전 등이 다시 뻐근해지자 CT를 다시 찍어봤습니다. 다행히 근육통이었지만, 그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불안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검증되지 않은 자연치유에 기대는 건 제가 가장 경계하는 일입니다.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표준 치료의 '대체'가 아닌 '보조'여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의사로서 타협하지 않습니다.
마음가짐은 결국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합니다. 올게 왔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담담해졌고, 그 담담함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줬습니다. 병기 수치는 참고일 뿐, 절대적인 선고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숨 쉬고 먹고 자는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감각 — 그게 제가 경험한 가장 강한 회복의 동력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장암 초기 증상이 없다는데, 어떻게 발견할 수 있나요?
A. 일반적으로 신장암은 증상이 없어서 발견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사실입니다. 건강검진 초음파나 다른 이유로 복부 영상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등이나 옆구리 통증이 평소와 다르게 지속되거나 혈뇨가 동반될 경우에는 비뇨의학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신장암 수술 후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따로 있나요?
A. '절대 금지 음식 목록'보다 중요한 건 eGFR(사구체여과율) 수치에 따른 개인별 조절입니다. 고칼륨 식품인 호박·바나나 등은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 과량 섭취를 피해야 하지만, 기능이 유지되는 상태라면 적정량은 문제없습니다. 특정 식품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과하지 않게 다양하게 먹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Q. 신장암 3기 진단을 받으면 완치가 어려운가요?
A. 신장암 1·2기의 5년 생존율은 90%를 넘지만, 3기부터는 수치가 낮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수치는 절대적인 선고가 아닙니다.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표적치료 등 최신 항암 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진단 당시의 생존율 데이터와 현재 치료 성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병기보다 진단 후 생활 습관 개선과 치료 순응도가 예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Q. 충분한 수면이 암 회복에 정말 영향을 주나요?
A. 제가 직접 술을 끊고 수면 질을 바꿔봤더니, 몸이 회복되는 속도가 체감으로 달랐습니다. 수면 중 세포는 노폐물을 제거하고 면역 기능을 재충전합니다. 음주 후의 수면은 실제 수면이 아닌 마취에 가까워 다음 날 오히려 피로가 쌓입니다. 충분한 수면은 세포 회복과 면역계 정상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므로 암 치료 과정에서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
신장암을 경험하고 나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당연함에 대한 감각'입니다. 먹고 자고 숨 쉬는 것들이 그냥 권리가 아니라 유지해야 할 무언가라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 검진, eGFR 수치에 기반한 식단관리, 표준 치료를 중심에 둔 마음가짐 — 이 세 가지는 제가 투병 과정에서 직접 확인한 가장 현실적인 축입니다.
벼랑 끝에 선 것 같아도 돌아보면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 즉 정기 검진 예약 하나를 먼저 잡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