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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고지혈증 판정에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체중계 숫자는 늘 정상 범위였는데 말이죠. 알고 보니 이름도 생소한 '마른 비만' 진단이었습니다. 체중은 정상이지만 체지방률이 기준치를 넘고 근육량은 바닥을 치는 상태,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체지방률 정상인데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마른 비만의 정체
처음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을 때 저는 솔직히 납득이 안 됐습니다. BMI(체질량지수)는 22로 정상이었고, 딱히 뚱뚱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여기서 BMI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18.5~24.9 사이를 정상 범위로 봅니다. 문제는 이 수치가 체중 전체만 반영할 뿐, 그 안에 근육이 얼마나 있고 지방이 얼마나 숨어 있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인체 성분 분석기(BCA)로 체지방률을 측정해 봤더니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BCA란 신체에 약한 전류를 흘려 체지방, 근육량, 수분량을 각각 분리해서 측정하는 장비입니다. 남성 기준 체지방률 25% 이상, 여성 기준 30% 이상이면 BMI가 정상이라도 대사적 비만, 즉 마른 비만으로 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특히 동아시아인은 서양인과 비교해 똑같이 체중이 늘어도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먼저 쌓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하지방의 저장 창고가 작은 탓에, 창고가 가득 차면 넘친 에너지가 간, 췌장, 심장 주변 등 엉뚱한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죠. 그래서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 나온 이른바 '올챙이 배형 저근육 비만'이 우리나라 중장년층에 특히 많이 나타납니다.
- BMI 정상 범위(18.5~24.9)에 있어도 체지방률이 높으면 마른 비만
- 남성 체지방률 25% 이상, 여성 30% 이상이 대사적 비만 기준
- 동아시아인은 유전적으로 피하지방 창고가 작아 내장지방이 빨리 쌓임
- 내장지방이 늘면 간, 췌장, 혈관벽에도 지방이 끼기 시작
내장지방이 쌓이면 몸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예상 밖이었습니다. 내장지방이 단순히 배를 볼록하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온몸에 만성 염증 신호를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죠. 내장지방은 원래 내장 기관을 보호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데, 지방 에너지가 피하지방 창고에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내장 쪽으로 흘러넘치면 이게 독으로 변하는 겁니다.
임상 현장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자주 봅니다. 체중계 숫자는 정상이지만 공복혈당이 높고 중성지방 수치가 치솟은 환자들이 HOMA-IR(인슐린 저항성 지수) 검사를 받으면 기준치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HOMA-IR이란 공복 인슐린 수치와 공복 혈당을 곱한 뒤 405로 나눈 값으로, 1.5를 넘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 것으로 봅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반응하지 않아 혈당이 제대로 낮아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더 복잡한 건 만성 염증과 내장지방이 서로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만성 염증 상태에서는 근육 합성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마른 비만인 사람이 음식을 더 먹어도 근육 대신 복부 지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체중이 거의 변하지 않는데도 체형이 서서히 바뀌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만 나빠지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본인은 못 느끼는 사이에 대사이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젊을 때 마른 편이었던 여성이 폐경을 거치면 상황이 급격히 달라집니다. 에스트로겐 감소로 복부 지방이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장질환 위험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폐경 전에는 심장질환 발생률이 남성보다 낮지만, 폐경 이후에는 여성의 발생률이 빠르게 따라잡는 이유가 바로 이 체형 변화 때문입니다.
근력운동 없이는 못 빠져나온다 — 마른 비만 탈출 전략
마른 비만 진단을 받고 처음 한 실수가 있습니다. 체중을 줄이겠다며 칼로리를 줄이고 걷기와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에만 집중한 것입니다. 3개월 뒤 체중은 2kg 빠졌는데, BCA로 다시 측정해보니 근육량이 줄고 체지방률은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산소 운동이 아니라 근력운동을 먼저 시작했어야 했는데, 순서를 완전히 거꾸로 잡은 거죠.
마른 비만 상태에서는 이미 근육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게 먹고 유산소 운동만 반복하면 지방 대신 남은 근육이 에너지원으로 먼저 소모됩니다. 기초대사량(BMR)이 낮아지고, 기초대사량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생명 유지에 쓰이는 최소 에너지양을 뜻하는데, 이게 떨어지면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잘 찌는 체질로 변해버립니다. 마른 비만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죠.
제가 직접 바꿔서 효과를 본 방법은 식단과 운동 순서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부터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린 뒤, 주 3회 이상 근력운동을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전체 열량의 40% 이하로 낮추고 단백질을 체중 1kg당 1.2~1.5g 수준으로 챙겼더니, 체중 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혈당 수치와 LDL 콜레스테롤이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식단 구성에서 제가 실제로 효과를 본 조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등푸른 생선(고등어, 연어, 삼치)은 양질의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을 동시에 공급합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항염증 영양소로, 내장지방이 분비하는 염증 신호를 억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콩류(병아리콩, 렌틸콩)는 밥에 섞어 탄수화물을 줄이면서 식물성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 좋고, 달걀은 노른자까지 통째로 먹어도 문제없는 완전 단백질 식품입니다. 음료는 녹차로 대부분 바꿨는데, 녹차의 EGCG 성분이 내장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어 지금도 꾸준히 마시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12시간 공복에 관한 부분입니다. 규칙적인 공복 유지가 생체 리듬 회복에 유익하다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근손실이 심한 마른 비만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복 시간을 늘리면 오히려 근육이 추가로 분해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복 간헐적 단식이 만능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근육량을 먼저 어느 정도 회복한 뒤에 공복 시간을 조절하는 순서가 더 안전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른 비만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가장 간단한 방법은 허리둘레를 키로 나눈 값(WHtR)을 확인하는 겁니다. 이 값이 0.5 이상이면 복부 비만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한 확인은 인체 성분 분석기(BCA) 측정과 혈액 검사를 통한 HOMA-IR 수치 확인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에서 공복혈당이 높거나 중성지방이 오른 경우라면 체중이 정상이어도 마른 비만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마른 비만인데 유산소 운동 하면 안 되나요?
A. 유산소 운동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근육량이 이미 부족한 상태에서 유산소 운동만 집중하면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소모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른 비만이라면 근력운동을 기본으로 삼고, 유산소 운동은 보조 수단으로 가볍게 병행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Q. 체중은 그대로인데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이유가 뭔가요?
A. 내장지방이 쌓이면 간에도 지방이 끼기 시작합니다. 간은 콜레스테롤 합성의 중심 기관인데, 지방간 상태가 되면 LDL 콜레스테롤 생산이 늘고 HDL 콜레스테롤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대사가 기웁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함께 진행되면 중성지방도 동시에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중은 변하지 않아도 내장지방이 늘었다면 혈중 지질 수치는 충분히 나빠질 수 있습니다.
Q. 달걀 노른자를 매일 먹어도 정말 괜찮나요?
A. 달걀 노른자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린다는 우려는 오래된 오해에 가깝습니다. 식품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달걀은 양질의 단백질과 지용성 비타민을 동시에 공급하는 식품입니다. 단, 튀기거나 버터를 많이 사용한 조리법은 전체 지방 섭취량을 올릴 수 있으므로 조리 방식에 주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Q. 마른 비만 탈출에 얼마나 걸리나요?
A. 개인마다 근육량과 대사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경험한 기준으로는, 근력운동과 단백질 중심 식단을 꾸준히 유지했을 때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의 개선은 3개월 내에도 나타났습니다. 체형 변화는 6개월 이상을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체중 목표가 아니라 대사 지표 개선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체중계 숫자에 안도하다가 정작 몸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대사이상을 놓치는 것, 마른 비만의 가장 무서운 점이 바로 거기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체중만 쳐다보며 괜찮다고 착각했습니다. 지금은 아침에 샤워 후 전신 거울로 복부 라인을 확인하는 습관, 연 1회 BCA 측정과 HOMA-IR 포함 혈액 검사, 그리고 주 3회 근력운동을 기본 루틴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체중 목표는 버리고 대사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WHtR(허리둘레÷키)이 0.5 미만인지 확인하고, 혈액 검사에서 공복혈당·중성지방·HDL 콜레스테롤·간 수치를 챙겨보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리고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리면서 근력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세 번째입니다. 순서가 맞으면 체중 변화가 없어도 몸은 분명히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