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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예전보다 걸음이 느려졌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머니가 마트 주차장에서 저보다 한참 뒤처져 걸어오시는 걸 보고 처음으로 근감소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나이 탓이라 넘겼다가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근감소증은 방치하면 낙상과 골절, 심하면 요양시설 입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치료 가능한 질환입니다.

근육량이 줄어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근감소증(sarcopenia)이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 근기능이 동시에 감소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단순히 살이 빠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여기서 핵심은 근육 자체의 양뿐 아니라 수축력과 기능까지 함께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 몸에는 약 600여 개의 골격근이 존재하고, 이 골격근의 무게만 체중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근육량은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줄기 시작하고, 별도의 근력 운동 없이 지내면 75세가 되었을 때 최대 절반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습니다. 40세 이후부터는 매년 약 0.5%씩 줄어들다가 50세를 넘기면 그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제가 특히 놀란 부분은 근감소증이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당뇨병이나 신부전, 간부전, 만성 폐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근감소증이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40대 중반에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체중이 급격히 줄었다는 분이 계셨는데, 그때 이미 근육이 같이 빠지고 있었던 셈이죠.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근육이 단순한 운동 기관이 아니라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임이 밝혀졌습니다. 마이오카인이란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단백질 물질로, 뇌세포 재생, 혈관 신생, 심장 수축력 향상, 골다공증 예방, 면역 기능 개선 등 몸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PubMed Central, Myokines and Exercise). 근육을 잃는다는 건 이 모든 기능을 동시에 잃는 것과 같습니다.
근육량 감소가 노쇠로 이어지는 도미노, 알고 계셨나요?
노쇠(frailty)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단순히 '많이 늙은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한 고령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노쇠란 작은 신체적·심리적 충격에도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회복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노화 과정을 의미합니다.
노쇠의 전 단계에 있는 분들은 2년 안에 일상생활 기능 장애가 생길 확률이 최대 10배 가까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와상 상태, 요양시설 입소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근감소증은 그 첫 번째 도미노입니다.
노쇠를 간단히 자가 점검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래 다섯 가지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노쇠 전 단계, 세 개 이상이면 노쇠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 계단 10개를 오르는 데 힘이 드는가
- 지난 일주일간 모든 일이 힘들게 느껴졌는가
-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가
- 1년 사이에 체중이 4.5kg 이상 줄었는가
- 운동장 한 바퀴 정도의 거리를 걷기가 힘든가
제가 이 체크리스트를 어머니께 직접 여쭤봤더니 세 가지가 해당됐습니다. 솔직히 그때 꽤 당황했습니다. 특히 근감소증은 낙상 위험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심각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퇴사두근(quadriceps femoris), 즉 허벅지 앞쪽의 네 갈래 근육이 약해지면 무릎 관절에 부담이 커지고 걸음이 불안정해집니다. 한 번 낙상을 경험하면 두려움에 활동량을 줄이고, 활동량이 줄면 근육이 더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실제로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일주일에 근육이 약 3% 감소하는데, 이는 약 3년 치 자연 감소량에 해당합니다.
단백질 섭취, 양보다 '방식'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단백질을 챙겨야 한다는 건 많이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제가 자료를 파고들면서 가장 놀란 건 '얼마나'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계근감소증학회 권고 기준에 따르면 노인의 하루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체중 1kg당 최소 1.2g입니다(출처: European Working Group on Sarcopenia in Older People (EWGSOP2)). 체중이 50kg인 어르신이라면 하루 60g의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중요한 건 이 60g을 한 끼에 몰아서 먹는 게 아니라 아침·점심·저녁에 각 20g씩 균등하게 나눠 먹어야 근육 합성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류신(leucine)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류신이란 체내에서 자체 생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으로만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으로, 근육 단백질 합성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엠토르(mTOR) 효소를 직접 자극합니다. 쉽게 말해, 류신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운동으로 만든 근육의 틀에 실제로 살이 붙는 구조입니다.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의 역할도 각각 다릅니다. 동물성 단백질은 근육량 증가와 근력 향상에 효과적이고, 식물성 단백질은 보행 능력 같은 근기능 개선에 장점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가지를 매끼 번갈아 구성하는 식단을 짜는 게 처음엔 번거로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니 달걀 하나와 두부 반 모만 추가해도 꽤 달라지더라고요.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 진짜 효과가 날까요?
걷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유산소 운동은 심폐 기능을 키워 근력 운동의 효율을 높여주는 준비 운동의 성격에 가깝고, 실제 근육량을 늘리려면 반드시 저항 훈련, 즉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세계근감소증학회에서 권고하는 운동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하루 30분~1시간, 가능하면 매일 걷기로 심폐 기능을 먼저 다져놓고, 근력 운동은 주 2회, 처음엔 20분 정도로 시작해 서서히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특히 우리 몸 근육의 70%가 하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하체 근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낙상 예방에 직결됩니다.
실제로 효과가 검증된 동작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스쿼트: 엉덩이를 뒤로 빼며 앉는 동작으로 대퇴사두근과 엉덩이 근육 강화
- 저항 밴드 팔 들어올리기: 평소 잘 쓰지 않는 상체 근육 단련
- 까치발 들기: 종아리 근육과 균형 감각을 동시에 키워 낙상 예방
- 앉았다 일어서기: 하체 전반 강화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동작
- 변형 윗몸 일으키기(무릎 세우고 한 손 허리 받치기): 허리 부담을 줄이면서 복부 근육 강화
다만, 80대 이상의 중증 근감소증 어르신에게 처음부터 고강도 운동을 권하는 건 개인적으로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절 상태나 균형 감각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동작은 오히려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주간의 식단 개선과 하체 근력 운동을 병행했을 때, 근초음파(musculoskeletal ultrasound) 검사상 근육 내 지방 침윤이 줄고 근육의 질이 개선되는 변화가 확인되었습니다. 근초음파란 초음파로 근육의 두께와 내부 조직 상태를 직접 관찰하는 검사를 말합니다. 3개월 이상 꾸준히 했을 때의 효과는 이 단기 결과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감소증 자가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A. 걷는 속도가 느려졌거나 악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 느낌이 든다면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진단은 인바디(체성분 분석기)로 사지 근육량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는데, 남성 기준 7 미만이면 근감소증 범위에 해당합니다. 의심된다면 노인의학과나 내과에서 악력 검사와 보행 속도 검사를 함께 받아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Q. 단백질 보충제가 음식보다 더 효과적인가요?
A. 전문가들은 식품으로 직접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합니다. 달걀, 생선, 두부, 닭가슴살 등 일반 식품으로 충분히 채울 수 없는 경우에 한해 단백질 보충제가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분들은 고단백 섭취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주치의와 먼저 상담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70~80대에 시작해도 근육이 늘어날 수 있나요?
A. 늘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30대처럼 빠르게 늘지는 않지만, 고령자도 꾸준한 저항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병행하면 근육의 질이 개선된다는 것이 연구로 확인되었습니다. 실제로 자료에서 65세 남성이 20대 평균 이상의 근육량 지수를 보인 사례가 나오는데, 그분은 50대부터 꾸준히 근력 운동을 시작한 결과였습니다. 시작 시점이 늦더라도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Q. 당뇨가 있으면 근감소증이 더 빨리 오나요?
A. 그렇습니다. 당뇨병은 근감소증의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입니다. 혈당 조절이 불안정하면 근육 단백질 분해가 촉진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근육 합성 신호를 방해합니다. 당뇨가 있는 분이라면 일반인보다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고단백 식이 전 신장 기능 확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론
근감소증은 더 이상 '나이 드니까 어쩔 수 없다'고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치료와 예방이 모두 가능한 질환이고, 그 열쇠는 결국 매끼 단백질 섭취와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이라는 아주 단순한 원칙에 있습니다.
제가 이 자료를 정리하면서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이분들의 바람이었습니다. 씩씩하게 걷고 싶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그 말. 그게 결국 근육을 챙겨야 하는 이유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계신다면 오늘 저녁 밥상에 달걀 하나라도 더 얹어드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