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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6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씁쓸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며 방문한 환자 중 상당수가 이미 영양제를 대여섯 가지씩 챙겨 먹고 있었는데, 정작 그분들의 혈액 검사에서는 위장 장애 수치나 간 기능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타민 효과, 정말 믿어도 될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을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 또는 기능성 원료를 이용해 알약·캡슐·과립·환 형태로 제조한 식품"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가진 식품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정의 안에는 중요한 함정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이나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항산화 물질이란 활성산소종(ROS, Reactive Oxygen Species)을 억제하는 성분을 말합니다. 활성산소종은 세포를 손상시키고, LDL 콜레스테롤, 즉 나쁜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동맥 벽에 쌓이게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동맥경화의 시작점입니다. 동맥경화란 혈관 내벽이 좁아지거나 굳어지는 현상으로, 진행되면 협심증·심근경색·뇌경색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여러 임상 연구 결과를 살펴봤을 때 느낀 건, 음식으로 섭취할 때와 알약으로 추출해서 먹을 때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대한가정의학회와 국립암센터의 메타분석 연구들을 보면, 고용량 항산화 비타민제 복용이 일반 인구의 전체 사망률이나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낮추지 못한다는 결과가 우세합니다(출처: 국립암센터).
비타민 C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 권장 섭취량은 하루 100mg인데, 최근 국민건강 조사 결과를 보면 채식 위주의 식단 덕분에 이미 권장량을 초과해서 섭취하는 국민이 대다수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1,000mg 이상 섭취 시 복통, 설사, 신장결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흔히 "많이 먹어서 나쁠 건 없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생각이 가장 위험한 오해라고 봅니다.
비타민 D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내 연구 중 일부는 성인 남성의 80% 이상, 여성의 90% 이상이 비타민 D 결핍 상태라고 보고합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혈중 농도 기준을 30ng/mL으로 잡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기준을 15ng/mL로 낮추면 결핍 비율은 30~40%대로 줄어듭니다. 더 중요한 건, 결핍인 사람에게 비타민 D를 보충했을 때 골절 예방 효과가 있는지조차 임상시험마다 결과가 엇갈린다는 점입니다. 근거가 아직 불충분하다는 뜻이죠.
천연 원료 비타민은 다를까요
요즘 "천연 원료 비타민"이라는 표현을 내세운 제품이 많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천연 비타민"은 음식에만 쓸 수 있는 표현이고, 알약 형태는 "천연 원료 비타민"이 정확한 용어입니다. 그런데 현재 규정상 천연 원료가 5~10%만 포함돼도 천연 원료 비타민으로 광고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알았을 때는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알약이나 캡슐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화학적 공정을 거칠 수밖에 없고, 합성 첨가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천연 원료 비타민이 합성 비타민보다 낫다는 주장도 아직 엄격한 임상시험으로 입증된 결과가 많지 않아서,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비타민 C 권장 섭취량: 하루 100mg / 1,000mg 이상 시 신장결석·설사 위험 (WHO 경고)
- 비타민 D 결핍 기준: 혈중 농도 기준(30 vs 15ng/mL)에 따라 결핍 비율이 크게 달라짐
- 천연 원료 비타민: 천연 성분 5% 이상이면 광고 가능 — 100% 천연은 현실적으로 불가
- 비타민 결핍증이 확인된 경우: 단기간 의학적 처방을 통한 보충은 별개로 고려 가능
오메가3 한계와 글루코사민의 불편한 진실
오메가3 지방산(Omega-3 Fatty Acids)은 알파-리놀렌산, EPA, DHA, 이렇게 세 가지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EPA와 DHA란 뇌와 망막을 구성하는 핵심 지방산으로, 우리 뇌 구성 성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물질입니다. "뇌를 구성하니까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논리가 여기서 나왔는데, 제가 봤을 때 이건 꽤 단순한 비약입니다.
1990년대에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각각 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발표됐고, 두 연구 모두 오메가3 캡슐 복용 그룹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20% 이상 감소했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냈습니다. 이 결과가 오메가3 열풍의 시작이었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두 임상시험 모두 위약(플라시보, Placebo)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플라시보란 실제 성분이 없는 가짜 약을 말하는데, 이것을 투여하지 않으면 심리적 안정감이나 자연적인 회복에 의한 효과를 약의 효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위약 대조 임상시험 14편을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는 달랐습니다. 심혈관질환 발생 빈도에서 오메가3 복용군과 위약군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출처: Cochrane Library).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만큼 비교 임상시험 설계가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두뇌 발달 효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살펴본 임상시험들을 보면 절반 정도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 나머지 절반은 효과가 없다는 결과로 엇갈렸습니다. 아직 명확한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메가3가 두뇌 발달에 좋다"는 광고 문구를 지금도 자주 접하는데, 그 근거를 따져보면 생각보다 얇은 경우가 많습니다.
부작용도 짚어야 합니다. 생선에서 추출한 오메가3는 비린내로 인한 위장 불편감이 생길 수 있고, 하루 3,000mg 이상 복용 시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한 등푸른 생선 중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대형어(상어, 황새치, 옥돔 등)는 수은 함량이 높아 일주일에 100g 이내로 제한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생선 대신 알약을 택하는 분들도 있는데, 일반 생선은 주 300~400g 정도까지는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글루코사민(Glucosamine)은 관절 연골을 구성하는 성분입니다. 연골을 구성하는 성분을 먹으면 연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로 오랫동안 효도 선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2009년 코크란 연구소에서 전 세계 임상시험들을 종합한 결과, 제조 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수행되고 연구 질적 수준이 높은 임상시험들만 골라보면 글루코사민의 관절염 개선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효과가 있다고 나온 연구들은 대부분 제조사 후원 연구이거나 질적 수준이 낮은 연구였습니다. 이 부분은 소비자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종합 비타민을 매일 챙겨 먹고 있는데, 지금 당장 끊어야 할까요?
A. 일률적으로 끊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장기간 편식이나 흡수 장애 등으로 실제 비타민 결핍증이 확인된 경우라면 단기간 의학적 처방을 통한 보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뚜렷한 결핍 없이 습관적으로 복용 중이라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먼저 점검하는 쪽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Q. 여러 종류의 영양제를 동시에 먹어도 괜찮은가요?
A. 이 부분이 저는 가장 걱정됩니다. 건강기능식품도 실질적으로는 약에 가까운 물질이기 때문에, 여러 성분을 동시에 복용하면 약물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약물 상호작용이란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이 체내에서 서로 영향을 주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특정 성분의 혈중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이거나 낮추는 현상을 말합니다.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어린이나 노인도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면 안 되나요?
A. 어린이와 노인, 임산부는 임상시험 자체를 진행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이라,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특히 부족합니다. 식약처의 기능성 인정 기준이 대규모 임상연구의 엄격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가능한 한 복용을 자제하고 전문의의 판단을 먼저 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Q. 오메가3를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도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오메가3는 현재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고지혈증 치료제로서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의사 처방을 통해 구입하면 전액 본인 부담 없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성지방 감소 효과 자체도 임상시험마다 결과가 엇갈린다는 점에서, 처방 여부는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Q. 생선을 먹는 것과 오메가3 알약을 먹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낫나요?
A. 대형어(상어, 황새치, 옥돔 등)처럼 수은 함량이 높은 생선은 주 100g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그 외 일반 생선은 주 300~400g 정도까지는 안전한 범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알약보다는 다양한 식품에서 자연스럽게 영양소를 섭취하는 쪽이 전반적인 건강 측면에서 더 균형 잡힌 선택처럼 느껴졌습니다.
결론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피로할 때 영양제를 집어 드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기적의 영양제"라는 마케팅 문구와 실제 임상근거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비타민, 오메가3, 글루코사민 모두 음식을 통한 섭취와 달리 알약 형태에서는 기대한 효과가 재현되지 않거나, 오히려 과잉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담배를 끊고, 표준체중을 유지하며, 붉은 고기는 줄이고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하루 한 시간 주 5회 정도 걷거나 뛰는 것이 어떤 영양제보다 검증된 건강 유지 방법입니다. 특정 영양소 결핍이 의학적으로 확인된 경우라면 전문의 처방 아래 보충제를 검토하는 것이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영양제보다 냉장고를 먼저 점검하는 편이 훨씬 현명한 투자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