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들고 "폐에 뭔가 보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담배 한 번 피운 적 없는 분들은 대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담배 안 피우는데요." 그런데 전체 폐암 환자의 30%가 비흡연자입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90% 가까이가 직접 흡연과 무관한 비흡연성 폐암입니다. 저도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꽤 오래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담배를 피운 적 없는데, 왜 폐암이 생길까요
흡연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정작 담배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아온 여성들이 폐암 진단을 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왜 이렇게 많을까요?
비흡연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는 간접흡연, 미세먼지, 라돈과 석면, 그리고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가 꼽힙니다. 실내에서 고기를 구울 때, 뜨거운 기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폐 깊숙이 스며드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PM2.5)를 1급 발암물질로 공식 지정한 바 있습니다(출처: WHO).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극미세 입자는 기관지 말단의 폐포까지 도달한 뒤 빠져나오지 못하고 축적됩니다.
이렇게 폐 말초 부위에 생기는 암을 선암(腺癌, adenocarcinoma)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선암이란 폐 안의 분비선 세포에서 증식이 시작되는 암으로, 기관지 중심부에 주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과는 발생 위치와 원인이 다릅니다. 비흡연자, 특히 여성 환자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 바로 이 선암입니다. 제가 직접 임상 자료들을 찾아봤는데, 비흡연 폐암이 10년 전에는 전체의 약 20% 수준이었다가 지금은 30%까지 늘었다는 보고가 실제로 있습니다. 방향이 좋지 않은 쪽으로 확연히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비흡연 여성 폐암, 특히 선암 환자에게서는 EGFR 유전자 변이가 매우 높은 빈도로 발견됩니다. EGFR 유전자 변이란 표피성장인자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유전자에 특정 돌연변이가 생겨 암세포의 증식 신호가 과활성화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세포가 "멈추라"는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분열하게 만드는 스위치가 켜진 상태입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권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약 50% 내외에서 이 변이가 확인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 간접흡연: 미세한 발암물질 형태로 흡입되어 폐 말단부까지 도달
- 요리 연기: 뜨거운 기름에서 발생하는 연기가 실내에서 직접 흡입됨
- 미세먼지(PM2.5): WHO 1급 발암물질, 폐포에 직접 침착
- 라돈·석면: 직업적·환경적 노출이 지속될 경우 폐암 위험 상승
증상도 없고, 엑스레이에도 안 보인다면 어떻게 찾나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반 흉부 엑스레이로는 초기 폐암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로 폐암 환자의 40% 정도가 4기에서야 처음 진단을 받습니다.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폐암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까요? 의료계가 공통적으로 권고하는 방법은 저선량 흉부 CT 검사입니다. 저선량 CT란 조영제 없이 일반 CT 방사선량의 약 10분의 1 수준(약 1mSv)으로 촬영하는 검사를 말합니다. 연간 허용 방사선량이 약 50mSv임을 감안하면 부담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국립암센터도 폐암 고위험군에 대한 저선량 CT 검진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결절이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암인 건 아닙니다. 간유리음영 결절(Ground-Glass Opacity, GGO)이란 CT 영상에서 뿌옇게 보이는 흐릿한 음영을 말하는데, 단순 염증이나 폐렴의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결절의 크기와 고형 성분 비율, 변화 속도를 보면서 3개월, 6개월, 1년 간격으로 추적 관찰을 이어가야 합니다. 실제로 20대에 결절을 처음 발견하고 10년 동안 추적 관찰을 해온 끝에 변화가 감지되어 수술을 결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 결절은 결국 선암으로 확인됐습니다.
제 경험상 이 추적 관찰의 간격 설정이 가장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환자마다 암의 성장 속도와 악성도가 달라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병리과가 함께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수술이 결정되면 흉강경 수술이 표준입니다. 흉강경 수술이란 가슴 옆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삽입해 폐를 절제하는 최소 침습 수술을 말합니다. 암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폐 전체 엽을 자르는 폐엽 절제술, 더 좁은 범위를 자르는 구역 절제술, 가장 작은 범위의 쐐기 절제술로 나뉩니다. 폐 조직은 간처럼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적게 잘라내는 것이 수술 후 삶의 질에 직결됩니다.
수술 후가 끝이 아닙니다, 폐 재활까지 가야 완성입니다
조기 검진의 중요성은 이제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수술 이후 이야기는 어디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면서 놀랐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습니다. 수술 후 관리, 특히 폐 재활 치료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너무 적습니다.
구역 절제술이나 폐엽 절제술 이후, 잔여 폐가 팽창하면서 일부 공간을 채우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폐 기능 지표인 FEV1(1초간 강제호기량)이나 운동 능력은 수술 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FEV1이란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뒤 1초 동안 내뱉을 수 있는 공기의 양으로, 폐 기능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쉽게 숨이 차거나, 가래 배출이 어려워져 폐렴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폐 재활 치료가 필요합니다. 폐 재활이란 수술 직후부터 호흡근 강화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체계적으로 병행해 폐 기능 회복을 앞당기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실제로 수술 전부터 재활을 시작하면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선량 CT로 조기 검진을 권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생각으로는 수술 후 체계적인 호흡 재활 시스템 구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조기 검진만큼이나 절실합니다.
수술 직후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도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입니다. 앞서 언급한 EGFR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표적치료제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표적치료제란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이 부위만 골라 공격하는 약물로, 기존 항암화학요법보다 부작용이 적고 반응률이 높습니다. 비흡연 여성 선암 환자의 경우 이 치료 반응률이 특히 우수하다는 점에서, 수술 후 유전자 검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담배를 한 번도 안 피웠는데 폐암 검진을 꼭 받아야 하나요?
A. 네,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전체 폐암 환자의 30%가 비흡연자이고, 여성 폐암의 90% 가까이가 흡연과 무관합니다. 50세 이상이라면 연 1회 저선량 흉부 CT 검진을 권고합니다. 폐암 가족력이 있거나 요리·미세먼지 노출이 잦다면 40세부터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간유리음영 결절이 발견됐는데 바로 수술해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간유리음영 결절은 단순 염증이나 폐렴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결절의 크기, 고형 성분 여부, 변화 속도에 따라 3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추적 관찰을 먼저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기가 커지거나 딱딱한 성분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때 수술 여부를 판단합니다.
Q. EGFR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치료가 더 잘 되나요?
A.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EGFR 변이가 확인되면 암세포의 특정 변이 부위만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고, 비흡연 여성 선암에서 반응률이 특히 높게 나타납니다. 다만 치료 반응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수술 직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담당 의사와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폐 일부를 잘라내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나요?
A. 잔여 폐가 어느 정도 팽창하면서 공간을 채우기 때문에, 작은 범위를 절제한 경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수술 직후부터 호흡근 강화 운동과 유산소 재활을 병행하면 폐 기능 회복 속도와 가래 배출 능력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폐 재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결론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7.7%로, 췌장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습니다.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숨이 차지 않아도, 기침이 없어도 폐암은 자라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주제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50세 이상이라면 지금 당장 저선량 흉부 CT 검진 일정을 잡으시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수술 후 폐 재활 치료를 절대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조기 검진으로 암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술 이후의 회복과 재발 방지까지 완주해야 진짜 치료가 끝납니다. 사회적으로도 새로운 표적치료제와 재활 시스템이 환자에게 고루 닿을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