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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대신 채소를 처방한 의사의 33년

uniunifam 2026. 9. 12. 11:04

목차


    솔직히 저는 밥상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꽤 오랫동안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33년째 청진기 대신 곡괭이를 들고 살아온 혈액 전문의 다케쿠마 박사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제가 얼마나 음식을 가볍게 여기고 있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됐습니다. 제철 채소 하나로 통풍 환자를 농부로 만들고, 갱년기 냉증을 고야와 호박으로 다스리는 이 이야기가 단순한 민간요법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를 이 글에서 풀어보겠습니다.

     

    제철 채소가 약이 되는 순간

    처음 다케쿠마 박사의 처방전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갱년기 수족냉증으로 전철을 두 시간 반 타고 찾아온 환자에게 그가 내민 건 알약이 아니라 부추, 고야, 호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추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flavonoid)는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항산화 물질입니다. 여기서 플라보노이드란 식물이 자외선과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화합물로, 인체에 들어오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혈관 건강을 돕는 것으로 확인된 성분입니다. 고야에 들어 있는 차란틴(charantin) 역시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성분인데, 차란틴이란 쓴오이 계열 식물에서 추출되는 배당체로 인슐린 유사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의 임상 연구에 따르면, 가공식품과 화학 조미료 섭취를 줄이고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제철 유기농 채소 위주 식단을 유지한 환자군에서 혈중 염증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졌습니다. 다케쿠마 박사가 33년 전에 직관으로 실천해온 것이 현대 임상 데이터로 뒷받침되고 있는 셈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식단에서 가공식품 비중을 줄이고 제철 채소 중심으로 바꿨을 때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아침에 일어날 때의 몸 상태였습니다. 무겁고 둔하던 느낌이 꽤 빠르게 사라졌고, 그게 사소해 보여도 저한테는 꽤 선명한 차이였습니다.

    • 부추 — 플라보노이드와 비타민 C가 풍부해 혈액순환 촉진 및 간 기능 강화에 효과적
    • 고야 — 차란틴 성분이 혈당 안정에 관여, 체온을 높여 냉증 개선에 도움
    • 호박 — 베타카로틴이 면역 세포 활성화를 돕고 체내 열 생성을 지원
    • 부추김치 —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유산균이 장내 환경 개선에 추가 기여
    요약: 제철 채소에 담긴 플라보노이드·차란틴 등 기능성 성분은 단순한 영양소를 넘어 염증 억제와 혈당 조절이라는 치료 보조 효과를 과학적으로 뒷받침받고 있습니다.

     

    식의학이 바꾼 사람들

    통풍 환자였던 와타나베씨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요산(uric acid)이 관절에 쌓여 엄지발가락이 퉁퉁 붓고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식단 하나를 바꾼 뒤 텃밭을 일구는 농부가 됐다는 건 단순한 건강 성공담으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요산이란 퓨린이라는 물질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생기는 노폐물로, 고단백·고지방 식품과 알코올 과다 섭취가 주요 원인입니다. 식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이 수치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게 식의학(food medicine)의 핵심 논리입니다.

    식의학이란 음식을 질병 예방과 치료의 수단으로 삼는 의학적 접근법으로, 서양의 히포크라테스가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다케쿠마 박사는 바로 이 철학을 33년에 걸쳐 실제 병원에서 증명해온 사람입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영양학 연구진은 설탕과 인공 첨가물을 정제되지 않은 곡물과 유기농 채소로 대체하는 식습관이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 환자의 혈당 수치 안정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데이터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출처: Mayo Clinic).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란 고혈당·고혈압·복부비만·이상지질혈증 중 세 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를 가리키는데,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솔직하게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이 양생 철학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식의학만으로 모든 병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에는 선을 긋습니다. 급성 감염이나 외상, 중증 암처럼 즉각적인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식재료에만 의존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접근은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 그리고 치료 보조 차원에서 가장 빛을 발합니다.

    요약: 식의학은 대사질환과 만성질환 예방·관리의 보완 수단으로서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지만, 중증 질환에서의 단독 치료법으로 삼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만성질환을 막는 밥상의 조건

    다케쿠마 박사의 병원 양생(養生)에는 약국이 없습니다. 알약 대신 말린 생강 가루와 계절 채소가 처방전 자리를 채웁니다. 제가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그게 현실에서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108세를 사신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 것처럼 정정하게 댄스학원을 다니는 모모의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그 의구심이 조금씩 옅어졌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설탕과 화학 조미료를 끊는 것, 그리고 제철 채소를 중심에 놓는 것. 1950년대 이후 일본의 설탕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각종 생활습관병이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생활습관병(lifestyle disease)이란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흡연 등 일상적인 생활 방식이 오랜 기간 축적되어 발생하는 질환을 총칭하는데,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이 대표적입니다(출처: WHO).

    다케쿠마 박사는 제철 채소의 생명은 신선함이라고 강조합니다. 그 말이 단순한 수사처럼 들리지 않는 건, 그가 직접 퇴비를 만들고 흙을 돌보며 수확한 채소를 당일 환자에게 처방하기 때문입니다. 6개월 발효한 퇴비에서 태어난 작물과 농약에 절어 자란 작물이 같을 수 없다는 건, 밭을 한 번이라도 가까이서 본 사람이라면 느끼는 차이입니다.

    그때 느낀 건, 건강한 밥상이란 비싼 건강기능식품을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벌레가 먹은 청경채, 제철에 수확한 부추, 농부가 직접 내다 파는 유기농 양파 한 봉. 이것들이 오히려 체내 염증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돕는 진짜 답이었습니다. 100엔짜리 고야 두 봉이 비싼 영양제보다 몸에 가까울 수 있다는 다케쿠마 박사의 말이, 제가 밥상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놓았습니다.

    요약: 만성질환을 막는 밥상의 핵심은 제철 유기농 채소 중심의 식단과 설탕·화학 조미료 배제이며, 이는 생활습관병 예방의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철 채소가 일반 채소랑 영양 면에서 실제로 차이가 있나요?

    A. 차이가 꽤 납니다. 제철에 자연광을 충분히 받고 자란 채소는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 함량이 계절을 벗어난 하우스 재배 채소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감각으로도, 제철 시금치와 한겨울 하우스 시금치의 맛 차이는 영양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Q. 통풍이나 대사증후군 환자가 식단만으로 수치를 낮출 수 있나요?

    A. 식단 개선이 요산 수치와 혈당 안정에 실제로 기여한다는 임상 데이터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이미 수치가 위험 수준에 올라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전문의 진단을 먼저 받고 식단 조정을 병행하는 게 안전합니다. 식의학은 표준 의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도구라고 보는 시각이 저한테는 더 설득력 있었습니다.

     

    Q. 화학 조미료를 끊으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A. 처음 2~3주는 음식 맛이 밍밍하게 느껴지는 적응 기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지나면 재료 본래의 맛이 살아나고, 오히려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이 자극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다케쿠마 박사의 병원 식당에서 미림과 조청만으로 간을 맞추는 자연식이 오히려 깊은 맛을 낸다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Q. 유기농 채소가 가격이 비싸서 부담스러운데, 현실적으로 실천이 가능한가요?

    A. 다케쿠마 박사가 직접 보여준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구마모토현에서 유기농 농부가 늘어나고 공급이 늘자 가격이 오히려 내려갔고, 고야 두 봉이 100엔(우리 돈 약 1,000원)이 됐습니다. 로컬 유기농 직거래 장터나 농부 시장을 활용하면 생각보다 접근 가능한 가격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마트 대형 유통 경로보다 산지 직거래 쪽이 신선도와 가격 모두 낫더군요.

     

    결론

    다케쿠마 박사가 33년을 버텨온 양생 철학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원인이 음식에 있으면 음식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 설탕 소비를 줄이고 현미를 먹는 것만으로 몸이 달라진다는 그의 말은, 저한테는 더 이상 낭만적인 자연주의 구호로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이 접근법이 모든 질환의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급성 질환이나 중증 상태에서는 표준 의학의 정밀 진단과 치료가 먼저입니다. 하지만 만성질환 예방과 대사질환 관리라는 영역에서 제철 채소 중심의 자연식이 가진 힘은 분명히 실재합니다. 오늘 당장 냉장고를 열었을 때 가공식품과 제철 채소 중 무엇이 더 많은지 한번 확인해보는 것, 그게 양생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JN1ly3i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