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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디스크라고 철썩같이 믿고 몇 달을 치료했는데 낫지 않는다면,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할 게 있습니다. 엉덩이 속 깊이 숨어 있는 이상근(梨狀筋)이 범인일 수 있거든요. 저도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엉덩이 근육이 다리를 저리게 한다고?" 싶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허리 디스크와 증상이 정말 판박이처럼 똑같아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자가진단 — 지금 당장 누워서 발끝을 보세요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더 아팠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계단 오르기를 매일 30분씩 하면서 "이러면 낫겠지" 버텼는데, 어느 날부터 왼쪽 엉덩이가 욱신거리고 종아리가 찌릿찌릿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챘죠.
이상근(piriformis muscle)이란 엉덩이 안쪽에 붙어 있는 서양배 모양의 작은 근육입니다. 여기서 이상(梨狀)이란 '배나무 배(梨)' 자로, 길쭉한 서양배를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문제는 이 근육 바로 아래로 좌골신경(sciatic nerve)이 지나간다는 점입니다. 좌골신경이란 허리에서 출발해 다리 끝까지 내려가는 신체에서 가장 굵은 신경으로, 이상근이 수축해 이 신경을 누르면 허리 디스크와 완전히 동일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가장 간단한 자가진단은 누웠을 때 발끝 방향을 보는 것입니다.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양쪽 발이 대칭을 이루면 이상근의 길이가 비슷하다는 뜻이고, 한쪽 발이 유독 바깥으로 벌어져 있다면 그쪽 이상근이 단축(短縮)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축이란 근육이 제 길이보다 짧게 굳어버린 상태를 말합니다. 골반이 벌어지면 이상근이 오그라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발끝이 그 첫 번째 신호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출처: 미국정형외과학회(AAOS)의 연구에 따르면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은 환자의 6~15%가 실제로는 이상근 증후군을 동반하거나 오인된 사례였습니다. MRI나 X-ray로는 근육이 신경을 누르는 상태를 정확히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상 검사에서 멀쩡해 보여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이상근 증후군을 함께 의심해봐야 합니다.
- 누운 자세에서 한쪽 발이 바깥으로 벌어져 있으면 그쪽 이상근 단축 의심
- 엉덩이 통증 + 다리 저림이 동반되면 좌골신경 압박 가능성 높음
- MRI·X-ray 정상 판정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이상근 증후군을 감별 진단해야 함
- 일주일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단순 근육통이 아닌 병적 단축일 수 있음
4자 스트레칭 —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스트레칭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하는 방법이 워낙 단순해서 처음엔 반신반의했거든요. 그런데 왼쪽 다리를 4자 모양으로 꺾어 올린 순간, 왼쪽 엉덩이 깊숙한 곳에서 전기가 오는 것 같은 뻐근함이 느껴졌고 오른쪽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그 차이만으로도 어느 쪽 이상근에 문제가 있는지 바로 감이 왔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왼쪽 다리가 저리다면, 왼쪽 발목을 오른쪽 무릎 위에 올려 숫자 4 모양을 만듭니다. 이 상태에서 무릎을 살짝 눌러 고정하고, 허리를 둥글게 구부리는 게 아니라 고관절이 접히는 느낌으로 상체를 앞으로 기울입니다. 고관절(hip joint)이란 허벅지뼈와 골반이 만나는 관절로, 이 부위가 제대로 접혀야 이상근에 정확히 자극이 전달됩니다.
누운 자세에서는 반대쪽 무릎 위에 다리를 올리고 양손으로 허벅지를 가슴 쪽으로 당겨주면 됩니다. 핵심은 반드시 저리지 않는 쪽을 먼저 해보는 것입니다. 멀쩡한 쪽과 비교했을 때 유독 저리고 아픈 쪽이 있다면, 그쪽 이상근이 병적으로 단축된 것입니다. 반대쪽 비교 없이 한쪽만 해서는 정확한 감별이 어렵습니다.
스트레칭은 숨을 들이마신 뒤 내쉬면서 다섯을 세고 풀어주는 동작을 30회 반복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가동 범위의 70% 수준만 유지해야 효과적입니다. 당기는 느낌이 있어야 하지만, 통증이 급격히 커질 정도로 무리하게 당기면 오히려 근섬유에 미세 파열이 생겨 역효과가 납니다. 특히 계단 오르기나 경사로 걷기처럼 이상근을 강하게 수축시키는 운동은 증상이 있을 때는 잠시 내려놓는 편이 좋습니다. 저도 운동을 끊고 스트레칭만 이어갔더니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근감소증 — 엉덩이 근육이 뇌까지 흔든다
엉덩이가 빠지면 치매 위험이 올라간다는 말, 처음 들으면 연결이 잘 안 됩니다. 그런데 그 경로를 따라가보면 생각보다 직선적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우리 몸 전체 근육의 상당수가 허벅지와 엉덩이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근감소증(sarcopenia)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체 근육이 줄어들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의 분비가 감소합니다. BDNF란 뇌 신경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 단백질로, 이 수치가 떨어지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가 뇌에 더 빠르게 쌓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신경학 분야에서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출처: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등 주요 학술지에서도 하체 근육량과 인지 기능 저하의 상관관계를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역도 선수들이 허리로 무게를 드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엉덩이에서 힘이 나온다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해줍니다. 엉덩이는 우리 몸의 가장 큰 힘의 저장소이고, 이곳이 약해지면 균형 감각과 보행 능력이 함께 무너집니다. 낙상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바로 이 이유입니다.
이상근 증후군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골반 비대칭(pelvic asymmetry)입니다. 골반 비대칭이란 좌우 골반의 높이나 방향이 균등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며, 하루 종일 다리를 꼬거나 한쪽으로 기울어 앉는 습관이 이를 심화시킵니다. 치료를 받아도 다리 꼬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재발이 빠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치료의 절반은 자세 습관 교정에 달려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상근 증후군인지 허리 디스크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MRI나 X-ray만으로는 구분이 어렵습니다. 이상근은 영상 검사에 잘 잡히지 않는 근육이기 때문입니다. 4자 스트레칭을 양쪽 다리에 해보고, 저린 쪽이 유독 더 아프고 저리면 이상근 쪽을 먼저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감별 진단은 반드시 전문의에게 받으시길 권합니다.
Q. 계단 운동이 이상근 증후군에 왜 나쁜가요?
A. 계단을 오르내릴 때 이상근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이미 단축된 근육을 더욱 짧아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운동도 내 몸 상태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근 통증이 있는 기간에는 평지 걷기와 골반 안정화 스트레칭을 우선순위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Q. 4자 스트레칭은 하루에 몇 번 해야 효과가 있나요?
A.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0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이미 근육이 전체적으로 수축된 상태인데, 병적으로 단축된 이상근은 더욱 심하게 오그라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딱 1분이면 충분하고, 통증이 급격히 심해질 정도로는 당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엉덩이에 힘주고 걸으면 운동 효과가 있는 거 아닌가요?
A. 케겔 운동처럼 의도적으로 훈련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 보행 중 억지로 엉덩이에 힘을 주는 습관은 이상근을 과긴장 상태로 유지시킵니다. 허리 통증이 엉덩이로, 엉덩이 통증이 다시 복부로 번지는 과정이 바로 이 과긴장의 연쇄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엉덩이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다고 해서 무조건 허리 디스크부터 의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상근이라는 작은 근육 하나가 만들어내는 증상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자가진단에서 4자 스트레칭, 아침 루틴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경미한 이상근 증후군은 충분히 관리 가능합니다.
다만 일주일 이상 통증이 계속되거나 저림이 점점 강해진다면 자가 스트레칭에만 기댈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하체 근육을 지키는 일이 단순히 허리 통증 예방을 넘어 인지 기능과 노화 속도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 오늘부터 조금 다르게 몸을 바라보는 이유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