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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건강 (복부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

uniunifam 2026. 7. 13. 15:09

목차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습니다"라는 한 줄에 갑자기 고기를 끊어야 하나 고민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찾아보고 전문의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알고 있던 상식이 꽤 많이 틀려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겉으로 마른 체형인데 배만 볼록 나온 분들, 사우나로 혈관을 단련한다고 믿는 분들, 콜레스테롤 때문에 계란 노른자를 피하는 분들 이 글이 그 오해를 하나씩 짚어드립니다.

     

    복부비만, 마른 체형이라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주변을 보면 "나는 별로 안 뚱뚱한데 왜 배만 이렇게 나오지"라고 하시는 분들이 꼭 계십니다. 저도 그 말을 몇 년째 하고 있었고, 솔직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미용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핵심은 내장지방(visceral fat)에 있습니다. 내장지방이란 피부 아래에 쌓이는 피하지방과 달리, 장기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지방을 말합니다. 이 지방은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그 자체로 활발한 호르몬 기관처럼 작동합니다. 문제는 이 내장지방이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한다는 점입니다. 사이토카인이란 면역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데 쓰는 단백질 물질인데, 내장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그중에서도 TNF-alpha와 IL-6 같은 염증 유발 물질이 지속적으로 방출됩니다. 이 물질들은 혈관 내피세포를 서서히 손상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동맥경화를 앞당깁니다.

    한 가지 비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내장지방이 많아진 상태는 치안이 너무 평온해서 할 일 없는 경찰이 교통사고 한 건에 차 다섯 대를 출동시키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별것 아닌 혈관 손상에도 우리 몸이 과잉 반응하고, 그 결과 동맥경화반이 무럭무럭 자라게 됩니다. 실제로 심장내과 임상 현장에서는 외견상 마른 체형임에도 복부 비만을 동반한 혈관 질환 환자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체질량지수(BMI)로만 따지면 정상 범위에 들어가는 분들도 허리둘레가 기준치를 넘는다면 고도비만에 가까운 혈관 위험을 안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복부비만 기준을 남성 허리둘레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제가 직접 줄자를 꺼내 재봤을 때 그 숫자가 생각보다 가깝다는 걸 느꼈고, 그게 꽤 충격이었습니다.

    • 내장지방은 단순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 염증성 물질을 분비하는 호르몬 기관이다
    • TNF-alpha,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혈관 내피를 손상시키고 동맥경화를 가속한다
    • BMI가 정상이어도 복부만 볼록한 마른 비만은 혈관 위험도가 높다
    • WHO 기준 남성 허리둘레 90cm, 여성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분류된다
    요약: 배만 나온 마른 체형은 내장지방이 분비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때문에 혈관 건강 면에서 고도비만과 맞먹는 위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고지혈증의 진짜 원인, 고기가 아니라 간이었습니다

    저도 한때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면 삼겹살부터 끊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의 80%는 간이 직접 만들어냅니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비율은 고작 20%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알려진 계란 노른자가 아니라, 탄수화물을 먹었을 때 간이 포도당을 원료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방식입니다.

    고지혈증(hyperlipidemia)이란 혈관 안에 콜레스테롤을 비롯한 지질 성분이 과도하게 많아진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LDL 콜레스테롤이 핵심인데, LDL이란 간에서 만든 콜레스테롤을 온몸 세포로 배달하는 택배 상자 같은 단백질 입자입니다. 세포들이 이미 충분히 받았다며 수령을 거부하면 이 LDL이 혈관 속을 떠돌다가 고혈압 등으로 손상된 혈관벽 틈 사이로 파고들게 됩니다. 면역세포인 대식세포(macrophage)가 이를 잡아먹으려 하지만 계속 밀려들면 결국 세포가 터져버리고, 콜레스테롤이 혈관벽 안에 굳어 쌓이는 상태가 바로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입니다.

    그렇다면 식단 조절이 무의미하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간이 지방을 포장해 내보내는 과정에서 콜레스테롤이 함께 실려 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는 수치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예상보다 폭이 좁았습니다. LDL이 160인 분이 엄격하게 식단을 조절해도 수치가 10 정도밖에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은, 간 기능 자체가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을 많이 생산하도록 세팅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중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체질로 받아들이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스타틴(statin)은 이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 효소를 억제하는 약으로, 수십 년에 걸친 임상시험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사망률을 극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입증돼 있습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근육 통증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발생률은 1~5% 미만이고 대부분 복용을 중단하거나 성분을 바꾸면 회복되는 가역적 증상입니다. 먹어야 하는 분이 괴담 때문에 복용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요약: 혈중 콜레스테롤의 80%는 간이 만드는 것으로, 고기보다 탄수화물 섭취와 유전적 간 기능이 수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동맥경화를 미리 보는 방법, 그리고 사우나 오해

    동맥경화는 증상이 없습니다. 20년에 걸쳐 쌓이다가 그날 터집니다. 협심증으로 가슴이 아프거나 뇌졸중 전조 증상이 왔을 때는 이미 마지막 단계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증상이 없다는 게 오히려 더 불안하게 느껴졌으니까요.

    다행히 미리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다. 경동맥 초음파(carotid artery ultrasound)가 첫 번째입니다. 경동맥이란 목 양옆을 따라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굵은 혈관으로, 동맥경화는 특정 혈관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전신 질환이기 때문에 이 부위를 보는 것만으로 전체 혈관 상태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항목에 경동맥 초음파를 추가해 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40~50대에 한 번쯤 찍어두는 것을 권하며, 여기서 이상이 보이면 MRI나 심장 검사로 이어가면 됩니다.

    더불어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 확인을 위해 MRA 촬영도 고려할 만합니다. 뇌동맥류란 혈관벽이 약해진 부위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것으로, 터지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해 3개월 내 사망률이 50%에 달합니다.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인구의 약 1%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MRA를 찍으면 2mm 이상의 동맥류도 발견이 가능하며, 조기 발견 시 예방적 시술로 막을 수 있습니다.

    한편 사우나가 혈관 건강에 무조건 좋다고 알려진 인식에는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어릴 때부터 사우나를 단련하듯 하기 때문에 건강 효과를 보지만, 일본에서는 중장년층이 준비 없이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면서 연간 2만 명 가까이 목욕 중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됩니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짚고 싶습니다. 급격한 냉탕·온탕 반복은 혈관을 짧은 시간 안에 극도로 수축·확장시켜 혈동학적 쇼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미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이라면 단련 여부와 상관없이 이 자극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아울러 혈관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경동맥 초음파 외에도 혈액 검사의 hs-CRP(고민감도 C-반응성 단백질) 수치를 함께 추적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hs-CRP란 체내 만성 염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동맥경화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입니다.

    요약: 동맥경화는 증상 없이 진행되므로 40대부터 경동맥 초음파와 MRA로 미리 확인하고, 사우나는 혈관 상태에 따라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고기를 끊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의 80%는 간이 탄수화물을 원료로 직접 합성합니다. 고기 자체보다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와 유전적 간 기능이 수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식단 조절은 의미 있지만 수치를 대폭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치가 높다면 전문의 상담을 먼저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저혈압이 있으면 건강에 안 좋은 건가요?

    A. 평상시에 혈압이 낮게 측정되는 것은 의학적으로 저혈압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심장과 혈관이 경제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의학적 저혈압은 입원 중 쇼크 상태이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혈압을 순간적으로 올리지 못하는 기립성 저혈압처럼 특정 상황에서만 해당됩니다.

     

    Q. 과일을 많이 먹으면 혈관 건강에 좋지 않나요?

    A. 과일에는 과당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과당은 포도당과 달리 간에서 빠르게 지방으로 전환되어 LDL 생성을 촉진하고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영양학계에서는 생과일도 하루 100~200g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합니다. 혈관 건강을 위해서라면 과일보다 채소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Q. 스타틴 부작용으로 근육이 빠진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스타틴이 근육 세포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일부 억제하기 때문에 근육 불편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근육병증 발생률은 1~5% 미만으로 매우 낮고, 증상이 나타나도 대부분 복용 중단이나 성분 변경으로 회복되는 가역적 반응입니다. 복용이 필요한 분이 괴담으로 인해 중단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Q. 뇌혈관 상태를 확인하려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하나요?

    A. 경동맥 초음파는 건강검진 센터에서 추가 항목으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는 MRI 장비를 갖춘 건강검진 센터나 영상의학과 전문 클리닉에서 촬영 가능하며, 경쟁이 활발한 국내 시장 특성상 대형 병원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40대 이상이라면 한 번쯤 찍어두는 것을 권합니다.

     

    결론

    이 글을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혈관 건강은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미루기 가장 쉬운 분야라는 점입니다. 복부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 — 셋 다 조용히 수십 년을 준비하고 어느 날 한꺼번에 터집니다. 고기가 콜레스테롤의 주범이 아니라는 것, 마른 체형도 내장지방이 있으면 혈관 위험도가 높다는 것, 증상이 없어도 경동맥 초음파 하나로 현재 혈관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 이 세 가지만 기억해두셔도 충분히 다른 선택을 하실 수 있습니다.

    40대 이상이라면 다음 건강검진 때 경동맥 초음파를 추가 항목으로 요청해보시길 권합니다. 여유가 된다면 MRA도 한 번쯤 찍어두면 뇌동맥류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관은 한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어렵지만, 미리 보면 막을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xPsV7l-XT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