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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뇌동맥류가 이렇게 흔한 병인 줄 몰랐습니다. 성인 100명 중 두 명에서 다섯 명 꼴로 발견된다는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주변에 이미 해당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증상도 없이 머릿속에서 시한폭탄처럼 자라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파열된다는 사실, 과연 나는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요.

파열 위험 — 증상 없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 뇌동맥류 관련 자료를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가장 충격이었던 건 파열 전까지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머릿속 혈관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일상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질환일수록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란 뇌혈관 벽이 지속적인 혈류 압력에 의해 국소적으로 팽창된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혈관 벽의 내피세포 손상이 선행된다는 점인데, 고혈압이나 흡연이 이 손상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이 임상적으로 반복 확인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뇌동맥류의 주요 위험인자는 고혈압, 흡연, 가족력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그렇다면 파열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지주막하 출혈(subarachnoid hemorrhage)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지주막하 출혈이란 뇌를 감싸는 지주막과 뇌 사이의 공간에 혈액이 쏟아지는 상태로, 소위 '벼락 두통'이라 불리는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이 순식간에 밀려옵니다. 문제는 파열 직후 15~20%는 의료 서비스를 받기 전에 사망하고, 치료 과정에서도 20~30%가 추가로 사망한다는 통계입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생존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영구적인 신경학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파열 전에도 신호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동맥류가 꽤 성장하면서 주변 뇌신경을 압박할 경우, 안검 하수(ptosis)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안검 하수란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면서 눈동자 움직임이 제한되는 상태를 말하며,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이 증상을 가진 환자 사례를 접했을 때, 단순한 눈 피로라고 방치했다가 뒤늦게 동맥류를 발견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크기에 따른 치료 기준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최대 직경이 5mm 이상이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고, 3mm 미만의 미세 동맥류는 파열 가능성이 낮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권고합니다. 단, 크기가 작더라도 형태가 불규칙하거나 파열 위험이 높은 혈관 분지부에 위치한 경우, 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크기만 보고 안심하는 건 절반의 정보만 본 것과 같습니다.
- 고혈압 — 지속적인 혈압이 혈관 내피세포 손상을 가속화
- 흡연 — 혈관 염증 반응을 유발해 동맥류 발생 및 파열 위험 증가
- 가족력 — 직계 가족 중 뇌동맥류 환자가 있으면 발생 위험 유의미하게 상승
- 5mm 이상 크기 — 파열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임계 기준
- 불규칙한 형태·혈관 분지부 위치 — 크기가 작아도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조건
코일 색전술과 항혈소판제 — 치료 후가 더 중요한 이유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머리를 직접 여는 개두술 후 동맥류 목 부분을 클립으로 집어 막는 클립 결찰술(surgical clipping), 그리고 허벅지 동맥을 통해 가는 관을 삽입해 동맥류 내부를 코일로 채우는 코일 색전술(coil embolization)입니다. 코일 색전술이란 동맥류 안으로 코일을 촘촘히 채워 혈류가 더 이상 유입되지 못하게 막는 방식으로, 절개 없이 혈관 내부로 접근하기 때문에 개두술에 비해 회복이 빠른 편입니다.
제가 관련 임상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인상 깊었던 건 ISAT(International Subarachnoid Aneurysm Trial) 연구 결과였습니다. 클립 결찰술은 재발률이 낮은 대신 수술 합병증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코일 색전술은 합병증 발생률이 낮은 대신 재발률이 다소 높다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갈렸습니다(출처: The Lancet, ISAT 연구).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목이 넓은 동맥류의 경우 코일이 빠져나올 위험이 있어 풍선이나 스텐트(stent)를 병용하기도 합니다. 스텐트란 혈관 내부에 삽입해 펼쳐지는 금속 그물망 구조물로, 코일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도록 지지하는 동시에 혈류를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스텐트가 삽입되면 그 주변으로 혈전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후 관리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바로 이 부분이 제가 직접 관련 정보를 정리하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대목입니다. 코일 색전술 이후에는 항혈소판제(antiplatelet agent)를 반드시 복용해야 합니다. 항혈소판제란 지혈을 담당하는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어 혈전을 만드는 과정을 억제함으로써 뇌경색을 예방하는 약물입니다. 스텐트를 삽입한 경우에는 두 가지 항혈소판제를 동시에 복용하는 이중 항혈소판 요법(dual antiplatelet therapy)을 3~6개월간 유지하고, 이후 단독 요법으로 전환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실수합니다. 잇몸 출혈이나 멍이 자꾸 생긴다는 이유로 본인 판단에 약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항혈소판제 복용 중 출혈 부작용이 생겼을 때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스텐트 주변에 혈전이 급격히 형성되어 뇌경색 위험이 급증합니다. 부작용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주치의와 먼저 상의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스텐트 표면이 정상 내피세포로 완전히 덮이면서 혈액에 직접 노출되지 않게 되는데, 그 과정이 완료되기 전에 약을 끊으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0대 이후부터는 혈관 MRA나 혈관 CT 검사를 통해 뇌혈관 상태를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고혈압, 흡연, 당뇨,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 역시 이 자료를 정리하면서 제 주변 가족들에게 검진을 권유하게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뇌동맥류가 있으면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3mm 미만의 미세 동맥류는 파열 위험이 낮아 바로 시술하지 않고 6개월~1년 간격으로 영상 검사를 통해 크기와 형태 변화를 추적 관찰하는 방법을 먼저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크기가 작더라도 형태가 불규칙하거나 혈관 분지부에 위치해 파열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치료를 적극 고려하게 됩니다. 결국 크기만이 아닌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Q. 뇌동맥류 파열 골든타임은 얼마나 되나요?
A.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 발생 후에는 24시간 이내 치료가 권고됩니다. 재파열이 24시간 이내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재파열 시 사망률이 50% 이상으로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이 발생했다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생존율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행동입니다.
Q. 코일 색전술 후 항혈소판제를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나요?
A. 스텐트를 삽입한 경우 처음 3~6개월은 두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이중 항혈소판 요법을 시행하고, 이후 한 가지만 복용하는 단독 요법으로 전환합니다. 스텐트 표면이 정상 내피세포로 완전히 덮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이전에 임의로 약을 끊으면 혈전 형성으로 인한 뇌경색 위험이 높아집니다. 복용 기간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Q. 뇌동맥류 검사는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
A. 뇌혈관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또는 혈관 CT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종합병원 신경외과 또는 신경과에서 검사가 가능하며, 고혈압·흡연·당뇨·가족력이 있는 40대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한 번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검진 항목에 뇌혈관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결론
뇌동맥류는 무서운 병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이 자료를 정리하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결론입니다. 증상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위험한 이유이고, 그래서 위험인자를 가진 분들에게는 정기적인 뇌혈관 검사가 진짜 예방입니다.
코일 색전술 후 항혈소판제 복용처럼 치료 이후의 관리도 치료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도 바로 그 지점입니다. 수술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라, 그 이후의 생활 습관과 약물 관리가 재발과 합병증을 좌우합니다. 고혈압 조절, 금연, 정기 검진, 이 세 가지가 뇌동맥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