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위내시경을 받을 때 식도를 제대로 들여다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위가 목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식도암이 1기를 넘기면 식도 전체를 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 30초짜리 식도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5년 생존율이 42.8%에 불과한 이 암을, 어떻게 하면 내시경 시술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병기 진단 — 어느 층까지 파고들었느냐가 전부입니다식도는 지름 약 2cm, 벽 두께 4mm 남짓의 가느다란 관입니다. 안쪽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순으로 쌓여 있는데, 암세포가 어느 층까지 내려갔느냐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1기는 암이 점막층 또는 점막하층에만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내..
터지기 전에 발견하면 생존율 99%, 터진 후에는 10% 미만.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복부 대동맥류는 아무런 통증도, 불편함도 없이 뱃속에서 조용히 자라다가 어느 순간 파열과 동시에 생명을 앗아가는 질환입니다. 제가 이 질환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 건, 주변에서 겪은 이야기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이건 모르면 진짜 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뱃속의 시한폭탄, 복부 대동맥류란 무엇인가복부 대동맥류(Abdominal Aortic Aneurysm, AAA)란, 심장에서 내려오는 가장 굵은 혈관인 대동맥이 복부 구간에서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입니다. 쉽게 말해, 오래된 수도관이 안쪽에서 압력을 못 이기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과 비슷한 상태입니다. 정상 복..
솔직히 저는 두드러기가 그냥 '잘못 먹어서 나는 것'이라고 오랫동안 믿었습니다. 김치도 끊고, 고기도 줄이고, 심지어 생선까지 멀리했는데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았을 때 비로소 뭔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만성 두드러기는 단순한 식이 문제가 아니라, 몸속 면역 시스템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염증성 질환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오해와 진실,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자가면역이 핵심인데, 음식 탓만 했습니다두드러기가 생기면 대부분 가장 먼저 "뭘 잘못 먹었나?"를 떠올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뭘 먹었는지 며칠치 식단을 되짚어보고, 먹었던 음식을 하나씩 지워가는 식으로 대응했죠.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접근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빗나가 있었습니다.만성 ..
솔직히 저는 노화가 매일 조금씩 균등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다가 '내가 언제 이렇게 됐지?' 싶었던 적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34세, 60세, 78세 무렵 혈액 내 단백질 수치가 급변하며 계단식으로 늙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마다 결정적인 호르몬이 하나씩 무너집니다. 인슐린 저항성과 성장 호르몬 — 40·60대 노화의 실체 혹시 40대 중반 이후부터 배가 나오고 근육이 빠지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고 느끼신 적 있습니까. 저도 그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했고, 처음에는 그냥 나이살이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변화의 배경에는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있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암 진단을 받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얼마나 살 수 있을까?"입니다. 4기 유방암 판정에 "길어야 2년"이라는 말까지 들었다면 그 무게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10년을 버티고, 지금은 완전 관해 판정까지 받은 분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는 생존율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정보력, 치료 태도, 그리고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버티느냐. 그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고식적 치료라는 말, 제대로 알고 받아들이셨나요4기 유방암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많은 분들이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전제로 병원을 다닙니다. 그런데 의료진이 처음부터 쓰는 표현이 다릅니다. 바로 고식적 치료(Palliative treatment)입니다. 여기서 고식적 치료란 완치..
솔직히 저는 머리가 아프면 그냥 진통제 한 알 먹고 넘겼습니다. 두통을 '병'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피로나 스트레스의 부산물 정도로 치부했거든요. 그런데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아프다가 한쪽 시야까지 흐려졌다는 환자 사례를 접하고 나서, 제가 그동안 두통을 너무 가볍게 봐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두통의 원인은 단순 편두통부터 뇌 속 물혹, 뇌동맥류 파열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어떤 두통은 말 그대로 생사를 가릅니다. 두통의 위험 신호, 이것만큼은 놓치면 안 됩니다두통이 있어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는 여러 과를 전전합니다. 눈이 안 보인다고 안과로, 속이 울렁거린다고 내과로, 혈압이 높다고 내과로 다시. 제가 직접 취재한 사례들을 보면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정작 신경과를 가장 나..